그로스 해킹

사실 비즈니스라는 게 모두 좋게 이야기하면 결과의 예측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도박일 수 있죠. 물론 모든 사업가들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내가 준비할 아이템의 실물 콘셉트만 가지고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게 정확할 리 없겠죠. 해당 아이템의 실물 퀄리티가 어떨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새로운 시도의 성공 가능성은 늘 높지 않았습니다. 기업에서는 많은 시도를 해서 그중 한두 개의 성공으로 몇 년 먹고 살 거리를 마련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재정이 튼튼한 대기업이나 할 수 있는 방식일 겁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이번 시도가 실패하면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면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요?

사실 실물 비즈니스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긴 합니다. 출판사인데 유명한 작가의 신작 계약을 따냈다고 해보죠. 그렇다면 판매량이 얼마나 될지 예측을 해서, 책 인쇄 부수를 정해야 할 겁니다. 예측보다 수요가 많으면 물 들어올 때 배 띄우지 못하는 꼴이 날 테고, 생각만큼 안 팔리면 창고비 포함 재고 관리비가 엄청나겠죠? 이런 부분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실물 비즈니스 노하우의 핵심이에요. 트래디셔널 마케팅도 비슷해서 들이는 비용에 비해 그 효과를 적절히 측정하기는 힘듭니다. 방송광고를 하면 분명히 많이 팔리기는 하겠지만, 마케팅은 동시에 여러 가지를 수행하기 때문에 어떤 영역에서 전환이 더 많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식별이 용이하지 않거든요. 하지만, 실물 비즈니스의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단점들은 받아들여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재고 걱정이 없고 여러 측정 가능한 장치들을 고안해 낼 수 있는 비즈니스에서 조차 크게 다를 바 없는 전략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수행한다는 거죠. 

화두를 마케팅 쪽으로 조금 좁혀 볼게요. 트래디셔널 마케팅이라면 어쨌든 Mass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가 기본입니다. 꽤 오래된 이야기지만 이런 불확실성을 지우기 위해 내비게이션 로그를 활용한 마케팅 스택의 활용이 꽤 유행했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구글 어낼러틱스나 어도비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계실 겁니다. 물론 적절한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테일러링 된 마케팅 Funnel Strategy를 이행한다면 나름 성과를 얻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Funnel의 단계별 전환 마케팅을 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까요? Funnel에서 단계를 정의해두었다고 해도 모든 고객이 현재 첫 단계의 상태는 아닐 겁니다. 고객들은 여러 단계에 골고루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마케팅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니 분명히 ‘효과적’ 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그널 기반의 풀 퍼널 마케팅을 이야기하고 있죠. 하지만, 거기까지도 가기 전에, 그 비싼 마케팅 스택들을 고객들이 개인 블로그만큼도 방문하지 않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적용하고 있는 기업들도 꽤 많은 게 문제입니다. 심지어는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한 비즈니스 기업에서도 말이죠. 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산이 충분하다면야 뭐. 

어쨌든 스타트업들의 경우에는 실패가 쉽게 용납되지도 않고, 비용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마케팅 스택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에서 고객들의 관심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이니 적절한 선택이라고 보기 힘들 수도 있고요. 실제로 린 스타트업에서는 아이템을 실제화시키는 작업과 함께 고객의 개발도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봅니다. 고객의 확보보다 더 절실한 느낌이 들죠? 그리고, 조금 더 구조적으로 빌드업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이런 사상을 담고 있는 마케팅 방법론이 바로 그로스 해킹입니다. 스타트업의 경우에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린 스타트업 방법론으로 MVP를 통해 고객과 호흡하며 지속적인 피봇팅으로 가장 효과적인 Pruduct의 1.0을 만들어내야 하고, Product 빌드업 때부터 마케팅을 함께 고민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고객의 전환을 측정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전환 요소를 실험하기 위해 Product의 구조를 변경하거나 기능을 추가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가장 효과적인 Marketing Journey를 찾아내기 위해 서비스 앱의 기능 설계 때부터 함께 마케팅적 고민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그로스 해킹의 기본 사상입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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