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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수박을 먹었다. 그해 첫 수박은 쉽게 머리에 떠오르는데 마지막 수박은 그렇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작년 첫 수박은 언제였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것도 기억 안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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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역 지하보도에 있는 어묵집은 사람이 엄청나게 붐빈다. 가판 앞에 사람이 차면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을 것만 같지만, 이 어묵집이 건재한 이유는 손님들이 나쁜 위치에서도 귀신같이 어묵을 집어드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춘서커스의 목이 길어서 슬픈 기린 인간의 목처럼 쭉쭉 늘어나는 그들의 팔.
진심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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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주일이 넘게 충혈된 눈이 회복되질 않는다. 문득 평생 이렇게 짐승 같은 눈으로 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겁이 덜컥 났다. 그나마 유일한 내 매력포인트는 깊이를 알 수 없이 그윽한 눈이었는데, 그게 지옥불 속처럼 보이고 있는 상황임.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는 유튜브도, 웹서핑도, 넷플릭스도, 게임도 모두 관심을 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랬더니
할 게 없음
그래서 오후 8시에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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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니 여전히 빨갛긴 하지만 왠지 그 붉은 실핏줄의 분포가 균일해진 느낌이다. 화산 속 같은 느낌은 사라지고, 피안개가 낀 것처럼 차분해진 상태. 그래서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한번 봐달라고 했다.
‘어머 나아진 게 진짜 하나도 없네?’
혹시 내가 그대로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 걸까? 오랜만에 점심을 같이 먹은 친구도 한마디 거든다. 심지어는 물어보지도 않았음.
‘눈이 왜 그래? 징그러워.’
내가 보기엔 조금 나아졌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건 나밖에 없었다.
다들 은근히 무료한 일상에 활력을 주는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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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녁에 다시 한번 모든 스크린을 멀리하는 밤을 맞이했다. 오늘은 책을 읽을 것이다. 어제는 왜 할 게 없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독서를 좋아하는 편인데 말이다. 심지어 어렸을 때는 밥도 안 먹고 독서만 했다고 한다. 약간 미쳤던 것 같음.
어쨌든 책꽂이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갑자기 킨들(이북기기)이 머릿속에 번쩍 떠올랐다. 미국에 있을 때 킨들을 한 너 다섯 개 샀고, 돌아와서도 꽤 오래 가지고 다니는 바람에 가방이 한층 더 무거웠었다. 가끔 가방에서 꺼내면 방전이 되어있었지. 킨들은 e-ink 스크린이기 때문에 눈에 피로를 주지 않으니, 지금 같은 상황에 너무 적합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책상 속에 방전되어 있는 킨들 오아시스를 꺼내 충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잠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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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도 역시 눈은 그대로였다. 같이 일하는 친구가 함께 걱정을 해주면서 ‘자연의 녹색을 좀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하며 조언을 해준다. 맞는 말이다. 시멘트 빌딩 숲에 매몰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이 나의 눈을 이렇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옛날에 아빠도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공부하다가 눈이 피로하면 자연을 좀 봐’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서 자연을 보지 않았음. 어쨌든 그녀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연의 녹색을 한참 들여다봤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