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4-3-9

‘기후동행카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처음엔 무슨 프로모션 크레디트 카드인가 보다 했지 뭐야. 이름이 뭐 저래? 어쨌든 이 카드로 충전 기간 동안 지하철과 버스를 – 서울 내에서만 가능하지만 –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는 거야.

활자로 만난 소확행小確幸

한 에세이 안에서 그녀는 해가 떨어질 때 즈음 동네 분식집에 들러 김밥을 산다. 근처의 공원으로 이동해서는 브루노 메이저의 음악을 들으며 늦은 저녁식사를 한 그녀는 – 특별한 날은 아니었지만 – 그때 공원의 공기와 그 곡의 어울림으로 생각지 못했던 소확행小確幸을 느꼈다고 한다. 

그야말로 경쾌한 걸음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옆에 붙이거나, 주머니에 구겨 넣고 있지 않았다. 핫팩을 들고 있지만, 추워 죽겠다고 꽝꽝 얼어버린 고등어처럼 움켜쥐고 있는 게 아니라 가볍게 만지작거리며 흔들고 있다. 그건 마치 핫팩이 아니라 깃털 같았다. 

일기 2023-12-17

현생누대(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해 온 시기) 이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들이 만들어내지 않은, 그래서 컨트롤할 수 없는 재앙에 소멸되었다. 지구를 지배하던 종족들은 행성과의 충돌, 이상기온 같은 자연재해에 순식간에 멸종되어 버렸다. 하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인류가 만들어 냈지만 컨트롤할 수 없게 되어버린 존재에 의한 재앙을 마주하고…

달려라, 기린

하지만, 그날 내 눈앞에서 머리를 꼿꼿이 들고 우아하게 달리던 기린은 한마디로 경이驚異 그 자체였다. 달리느라 정신없어 보이는 몸통 아래와는 달리, 목 위쪽은 한없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 목은 한치의 흔들림 조차 없었다. 마치 그 피부 안쪽에 단 하나의 목뼈만을 가지고 있는…

지루해

어떻게 보면 지루함은 죽음 직전의 상태일지도 모른다. 지루함과 죽음 사이를 연결할 만한 적당한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지루함과 죽음. 허무하고, 시시하며, 의미 없이 공허한 상태는 소멸로 귀결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세차

최근 그 세차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한동안 세차를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주유를 하다가 ‘세차 기계 작동 중’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주유를 하면 할인까지 해준다길래 한 번 사용해봤는데, 이렇게 편리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에 문화적 충격을 받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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