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단련

뇌단련 게임을 열심히 하면, 뇌단련 게임만 잘하게 된다

며칠 전 워싱턴포스트지에서 ‘두뇌 트레이닝 게임은 단지 두뇌 트레이닝 게임을 잘하는 데만 도움이 된다(‘Brain-Training’ games train you in only one thing: Playing brain-training games’)’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는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다니엘 사이먼이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기고한 글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는데, 기존 유행하던 뇌 단련 부류의 퍼즐게임들이 실제로 인지적 능력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년 전 닌텐도의 뇌 단련 게임이 인지능력 향상 및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크게 유행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게임은 ‘류타 카와시마’라는 일본의 신경학자가 감수를 맡는 바람에 더 인기가 있었다. 스티븐 호킹이 감수한 SF 영화의 논리적 고증에 의심을 제기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그가 신경학자라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이 게임이 자신의 뇌건강을 책임져줄 것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그즈음에는 부모님이 아이에게 직접 게임기를 구매해주거나(인류 탄생 이래로 유일) 어른분들이 자식에게 게임기를 선물 받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직접 구매했었는데(아직도 억울함), 이런 ‘뇌 단련’ 부류의 게임은 닌텐도가 이 게임기를 전 세계에 1억 5천만 대 이상 판매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다시 기사 내용으로 돌아와 보면, 그때 사회 현상으로까지 설명되던 ‘두뇌 단련 게임’의 유행은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고,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아이들이 머리는 더 좋아지지 않았으며, 노인들의 치매율을 낮추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작은 화면을 보며 손가락을 놀렸기 때문에 시력저하나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는 노인분들이 늘었을 수도 있다. 나도 꽤 많이 했지만, 가끔 현관문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건 그대로였다. 

몇몇 과학자들의 임상실험 정보 – 그래 봤자 대부분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을 관찰했을 뿐이다 – 논리를 근거로 만들어진 정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고 있는데, 서로 그 내용이 정반대인 것들도 많아서 혼란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콜라만 봐도 ‘카페인의 중추 흥분작용으로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일의 능률을 향상하며, 혈관과 기관지의 이완작용, 심근과 골격근의 흥분작용, 위액 분비 촉진 작용, 이뇨 작용 등으로 기관 내 여러 작용을 돕는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에, ‘인산 성분이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캐러멜 색소는 유전자에 손상을 가하며, 비만의 주범, 충치 유발, 골다공증, 심장병, 알레르기 유발 등의 악영향을 끼친다’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성분이라는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하는 의견도 상반된 내용이 존재하니, 사람의 성향을 관찰해야 하는 정성적 연구의 결과는 더욱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가 위 임상실험의 대상이라면 뭔가 아무렇게나 말해버리고 싶어 질 것 같기도 하지만, 역시 크레졸 냄새 폴폴 풍기는 실험실 안에서 흰 가운을 입은 관찰자들을 대하게 된다면 진실만을 술술 이야기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두뇌단련’ 류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이 연구가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학자들 또한 자존심 때문에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쉽게 뒤집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누가 이기던 크게 상관은 없지만, 게임은 좋아하기 때문에 머리가 좋아진다는 쪽을 응원하고 싶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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