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의 가치 속에서 찾은 자유: 이별 후의 재발견

이제 남자는 사귀지 않으려고요

이런 말은 믿을게 못 된다. 물론 그 순간에는 분명히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헤어짐이라는 건 상황에 따라 진절머리 나고 몸서리쳐지는 경험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상처는 반드시 치유가 된다. 

‘처음에는 헤어질 때 늘 집에 데려다준다고 했어요. 물론 저는 괜찮다고 했죠. 그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고, 또 저도 편하게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무척 아팠어요. 데려다준다는 말도 없이 절 보내는 걸 보고 직감했죠. 뭔가 달라졌구나.’

그 외에도 복잡한 여러 가지 변화와 이해 안 가는 상황은 있었을 거다. 어쨌든 그녀는 이별을 고했고, 그는 별다른 이견 없이 그것을 받아들였다. 

‘아니 뭐가 그렇게 쿨한 거죠? 잡는 것도 없이, 저녁이 되면 퇴근하듯, 자기 전에 거실 불을 끄듯. 그렇게 헤어지는 게 쉬운 건가요?’

그런 건 상황에 따라 다르다. 깔끔하게 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질척거리면서 관계를 밀가루반죽 늘이듯 계속 이어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어떤 게 더 낫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답이 없다는 생각뿐이다. 그 순간에 영향을 준 수많은 인수가 있고, 그로 인해 최종 결과를 만들어내는 산식도 무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황을 극복하려고 친한 친구와 함께 클럽에 갔어요. 그리고는 미친 듯이 춤을 췄어요.’

그다지 춤을 잘 출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그녀였지만, 그 상황에서 춤을 추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생각 외로 잘 출지도 모르겠다. 아니 클럽에 간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게 상황상으로는 더 합리적이다. 하지만 일단 도착한 그녀는 주변 정황을 살펴보기도 전에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졌다. 마치 댄스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태어난 생명체처럼 머릿속엔 몸을 움직이라는 지시만이 가득했다. 이미 춤과 그녀는 하나였다. 

‘그곳은 너무 더웠어요.’

춤에 그렇게 집중했는데 시원할 수는 없다. 그녀는 등이 땀으로 다 젖은 것을 느꼈다. 클럽에서 그렇게 진심으로 춤을 추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녀의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더위를 식히고 숨을 돌리기 위해 잠깐 밖으로 나온 그녀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뒤에 자크 조금만 내려줘. 더워…’

살짝 내려진 자크 안쪽으로 서늘한 저녁공기가 스며들었고, 그녀의 원피스는 다시 상온으로 돌아왔다. 순간 그녀는 호메오스타시스 Homeostasis를 느꼈고, 남자는 불필요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땀을 식힌 그녀는 다시 클럽으로 들어가 더욱더 열심히 춤을 췄고, 그녀의 친구는 그런 그녀 옆을 끝까지 지켜주었다. 그 친구는 분명히 그녀의 진정한 친구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게 땀에 절어있는 친구와 함께 있는데 와서 말을 걸어줄 사람은 없으니까. 

‘어쨌든 그 이후로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요. 남는 시간은 자기 계발을 하고요. 영어를 공부한다던가, 와인을 찾아본다던가…’

보통 사람들은 부족한 사람끼리 만나서 상호보완적 하나의 완전한 상태가 된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홀로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런 둘이 만나 –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닌 – 추가적 시너지가 만들어져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 있어 그녀의 자기 계발은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단단한 기반이 되어 주겠지. 

지금은 아프겠지만, 그런 고민과 경험은 그 시기에 가장 잘 어울린다. 어리고 예쁘고 아직은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을 때 말이다. 살면서 느끼는 것들 중 하나는 어떤 경험도 결국 내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니, 그녀가 잘 견뎌내서 더 강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물론 와인은 찾아보는 것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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