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

한 달쯤 전부터 자전거에서 고양이 울음 같은 소리가 났고 꽤 귀에 거슬렸다. 나는 그때마다 임시방편으로 대충 대응했다. 리어 브레이크의 위치를 손으로 바로잡거나, 뒷바퀴를 발로 툭 쳐서 타이어의 중앙정렬을 하던가 하는 식이었다. 그러면 그 소음은 – 전등 스위치를 켜면 주변의 어둠이 사라지듯 – 이내 사라졌다. 

하지만 그 상태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 모퉁이를 돌거나, 언덕을 넘을 때면 어김없이 소음은 다시 돌아왔다. 이전과는 묘하게 다른, 하지만 비슷한 소음. 그런 식의 숨바꼭질을 꽤 오랫동안 반복하다가,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날을 잡아 자전거와 정면으로 마주해야지. 이번 주말이 결전의 날이다. 과연 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상황이 종료될 수 있을까? 그게 쉬웠다면 그 전쟁을 아직까지 하고 있지는 않겠지. 물론 자전거 소음과 전쟁은 아주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는 찬찬히 타이어부터 살폈다. 얼마 전 새로 주문했던 타이어는 이전보다 미세하게 더 컸다. 그러니 자전거는 마치 한 사이즈 큰 신발을 신은 노인네처럼, 타이어로 프레임을 스칠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뒷브레이크. 단단히 고정되지 않은 브레이크는 주행 중 조금씩 제 위치를 이탈했고, 그런 이유로 브레이크 블록이 바퀴에 닿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기역자로 단단히 꺾여 고정되어 있어야 하는 뒷바퀴 고정 레버도 덜 물려있었다. 덕분에 뒷바퀴는 정중앙에서 살짝 왼쪽으로 치우쳐 타이어가 프레임에 스치는 것을 거들었다.

사실 이 내용들은 이미 지난 한 달 동안 대충은 인지하고 있었다. 문제라면 내가 두더지 잡기 요식행위 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거다. 한 소음이 잡히면, 다른 소음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이 상황을 한 달 이상 끌고 왔다. 총체적으로 고민하기 싫고,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귀찮고, 완전한 해결에 시간을 들이기 싫었으니, 소음을 들어도 싸다. 덕분에 이명 레벨이 한 단계 더 올라갔을지도 모르지. 

나는 모든 것을 하나하나 바로잡았다. 타이어의 바람을 살짝 빼서 윗쪽 프레임과 닿지 않게 해주고, 뒷바퀴의 고정 레버를 완전히 꺾어서 뒷바퀴를 프레임 정 중앙에 위치시켰다. 마지막으로 렌치를 사용해 브레이크 블록이 타이어에 닿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시켰다. 그러자 스위치를 끄듯, 소음은 사라졌다. 

딸깍

드디어 나는 침묵 속에서 체인 소리가 깔린 도로를 미끄러지듯 나아갈 수 있었다. 일을 해결한다는 건 그런 거겠지. 하나의 현상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적인 그림을 보며 모든 요소를 한 번에 완벽하게 조율하는 것. 복합적인 문제의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늘 그 원인들을 찾고 해결하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꾀를 부리면 안 된다. 우직하게 움직여야 한다. 논리적으로 원인을 모두 찾아내고, 하나하나 해결한다. 하나도 남겨두지 않는다. ‘이것 하나쯤은…’ 하지 않는다. 옛 어른들 말처럼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그걸 잊어서 한 달을 돌아왔다니…

휴, 내 이명耳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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