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비가 내렸다. 억수같이 쏟아지다가는 이내 잦아들고, 멈추나 보다 하며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다시 창틀에서 후드득 소리가 났다. 나는 생각날 때 가끔 내다보는 정도지만, 비를 내리는 누군가는 오늘 아침까지 한숨도 못 쉬고 – 마치 마라톤 방송을 하게 된 라디오 디제이처럼 – 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신나는 곡을 틀었으니, 다음은 좀 조용한 곡을 걸어볼까?’
‘지난주에 신인 그룹의 신보가 나왔던 것 같은데…’
‘요즘 SNS에 이 그룹이 갑자기 막 뜨는 이유가 뭐지?’
‘맞다. 얼마 전에 술 한잔 하면서 이번 주에 꼭 한번 틀어준다고 했었잖아.’
물론 방송 전에 음악 라디오 작가가 나열해 준 곡 리스트를 들고 시작했겠지만, 생방송이라는 건 꼭 그렇게 정해진 대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니까. 주변 상황이나 DJ 감정의 변화에 따라 매 4분 주기로 다음 곡들을 하나하나 다시 컨펌해 나간다. 듣는 사람들은 걷는 도중에 바람이 스쳐가듯 곡들을 흘려보내겠지만, 선곡하고 내보내는 쪽에게는 이 시간이 바로 유니버스 그 자체인 것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한참 동안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틀 연속이라니, 이제 점점 비가 지루해지려는 참이었다. 마침 하늘도 살짝 열리고 있었고, 바닥의 웅덩이에서도 더 이상 빗방울을 볼 수 없었다. 하긴 24시간이 넘도록 음악을 트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억수같이 들이붓기 시작했다. DJ가 뭔가 중요한 것을 잊었다가 방송이 끝나기 전에 급하게 끼워 올리는 음악처럼 말이다. 마치
‘아 맞다. 오늘은 아이유 생일이잖아?’
했던 것처럼.
아이유 님, 생신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