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의 1번 버스를 아시는지?
1번 버스(1-캘리포니아 노선)는 샌프란시스코를 가로지르는 캘리포니아 스트리트를 따라 운행된다. 이 노선은 샌프란시스코의 동쪽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 시작하여, 차이나타운, 노브 힐, 퍼시픽 하이츠 등을 지나 서쪽 끝의 리치먼드 디스트릭트까지 승객을 실어 나르며 도시의 역사적인 장소들을 연결한다. 이 버스를 타고 있으면 샌프란의 관광지부터 서민 주거지역, 고급 주거지까지 롤러코스터를 타듯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간 넉넉하게 여행 오시는 분들은 꼭 한번 타보시길!
버스를 타고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를 가로질러 피어 쪽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의 버스, 뮤니는 올린 머리를 거미줄 같은 도시 전력선에 묶인 채로 높은 언덕을 수도 없이 묵묵하게 넘어 다닌다. 특히 마지막 언덕은 걸어 오르다가도 굴러 떨어질 만한 경사를 자랑하는데, 언덕 중간의 정류장에 섰다가 다시 출발할 때마다 중력에 의해 버스가 뒤로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경사가 어찌나 급한 지 언덕의 아래쪽에서부터 속도를 올려 멈춤 없이 달려 올라간다면 하늘 끝까지 닿았다가 알카트라즈쯤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스는 하늘 꼭대기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다는 듯이 늙은 소처럼 한걸음 한걸음 언덕을 오를 뿐이다. 브레이크 조절 만으로도 바닷가까지 도착할 수 있을 내리막의 시작, 언덕 꼭대기에 어서 도착하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피어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스트리트 교차로마다 은빛 파도 같은 햇살이 오른편에서 밀려 들어왔다가 사라지는데, 그 따뜻하고 밝은 기운이 내 몸에 가득 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붕 뜬 기분으로 마지막 언덕에 올랐다가 이내 추락하는 엘리베이터처럼 차이나타운의 내리막을 달려 내려갈 때면, 양쪽으로 낮은 중국 건물들이 빠르게 돌리는 영사기 속 장면처럼 훅훅 지나간다. 태평양을 건너 중국 대륙으로 순간이동을 한다면 이런 기분일까?
갑자기 든 생각인데, 세상 변하는 속도를 보면 언젠가는 양자적 공간이동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점점 모든 것들이 정복된다면, 세상엔 비유적 표현이란 것이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재미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