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보하’라는 태그를 아시는지?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줄임말이다. 하루키의 ‘소확행’이 작은 행복이라도 기어이 찾아내 손에 쥐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면, ‘아보하’는 눈앞에 놓인 반복되는 일상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 같은 관조적 자세를 담고있다. 아니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조차 너무 적극적인 해석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배제한 프레임 속 그림 같은 줄임말, ‘아보하’
‘아보하’라는 줄임말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전부터 늘 그것을 어떤 의식처럼 확인해 왔다. 나는 저녁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설 때, 먼저 주변의 풍경을 둘러본다. 언뜻 보면 어둑어둑해져 집을 나설 때와 꽤 달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단 나무의 모양이나 바닥의 주차선, 건물의 실루엣은 놀라울 정도로 아침 그대로다. 마치 명암만 달라진 채 전사轉寫된 아침 풍경의 데칼코마니 같다. 소파에 앉아서는 가만히 하루 종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데, 대부분은 딱히 떠오르는 것 하나 없는 하루다. 주변 모두 어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확인은 내게 묘한 안도감을 준다.
so much depends
upon
a red wheel
barrow
glazed with rain
water
beside the white
chickens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The Rad Wheelbarrow는 비 오는 날 창 밖 젖은 손수레를 보다가 갑자기 격정적인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하며 쓴 시라고 했다. 시는 별 것 아닌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빨간 바퀴의 손수레에 반짝이며 떨어지는 빗방울과 주변의 흰 병아리들. 날마다 볼 것만 같은 풍경을 글로 옮기고 싶을 정도로 그의 가슴을 쿵 쳤던 건 무엇이었을까? ‘아보하’는 결국 삶이라는 캔버스 위에 매일 덧칠되는 같은 색의 물감인지도 모른다. 특별함도, 서사도 없지만, 그 일관된 반복은 결국 하늘과 구름의 질감을 만들어 낸다. 그는 그때 그 경이로움을 봤던 것일까?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비 오는 날 창밖 풍경을 눈으로 받아 적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나도 아직 감동까지는 느껴본 적 없음.
스타벅스 회색 난간
옆
WD40으로 구동부가
반짝거리는
오래되고 낡은 내
자전거의
묘한 소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네
(도대체 어디서 소리가 나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