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먹을 수 있나요?

어제 저녁을 먹고 누워있다가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잠에서 깨고 보니 새벽 1시였고, 그 이후로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한 밤중에 깨어 다시 잠못드는게 흔한 일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 

나는 인터넷 서핑을 위해 랩탑을 켰다

서핑이 늘 그렇듯 자주 가는 사이트나 게시판을 위주로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링크를 따라가다가 우연히 묘한 제목의 포스팅을 만나게 되었다. 그 포스트는 일본 푸드파이터(라고 한다) 소녀의 먹방을 소개하고 있었고, 나는 호기심에 그 포스트 안의 영상 링크를 클릭했다. 

예쁘장한 그녀는 10개들이 식빵 10봉지를 탁자 위에 쌓아놓고는 한번에 다 먹을 거라고 했다. 내가 보기엔 분명히 다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냥도 먹고 토스터에 구워 마요네즈나 꿀을 발라 먹기도 하면서 수 분 동안 그 많은 식빵을 차근차근 정말 다 먹어버리고 말았다!

식빵 두쪽을 토스터에 구워 잼을 발라 먹다가도 ‘아. 역시 한쪽만 먹을 걸 그랬나’하는 생각을 하는 나는, 100개의 식빵을 모두 먹어 치우는 영상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평소에 적게 먹는 편은 아니지만, 맛없는 건 아무리 배고파도 많이 먹을 수가 없으니까. 식빵이 맛없는 음식이라 하면 제과점을 운영하시는 분들께서는 서운해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역시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스파이짓을 하다 잡혀 고문을 당한다 해도 식빵 100개를 먹는 것보다는 차라리 발톱을 뽑으라고 할 것만 같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저렇게 먹는 사람이 43킬로 밖에 나가지 않는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다 먹고 난 후에 모두 다시 토해버리는 건(웩)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론 영상은 100개의 식빵을 모두 먹어치우는 장면에서 끝나버리기 때문에, 그 이후 뭘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아직 허기지네.’ 하면서 식빵 한봉지를 더 뜯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그다지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살짝 죄책감에 빠져 있다가, 영상 마지막에 그녀가 했던 말을 듣고는 ‘역시 보길 잘했어’하게 되었는데…

중간에 턱이 아파서 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자신이 준비한 것은 끝까지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 누가 뭐래도 자신이 계획한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인터넷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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