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선, 여가수 특집

한여름에는 누가 뭐래도 청량한 여성 보컬이 어울린다. 물론 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그렇긴 하지만… 오늘은 한번 인디씬 위주로 소개해 볼까?

볼빨간사춘기 – 우주를 줄게

이제는 인디로 분류하긴 좀 무리지만 역시 청량하기로는 원탑이니 가장 먼저 소개해볼까? 언제 들어도 촌스럽지 않은 곡으로 안지영 보컬의 가히 정수를 보여주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곡에서는 이 톤이 과하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지만, 적어도 이 곡에서만큼은 그녀의 매력을 오글거림 없이 완전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 커튼이 바람에 흔들리듯 흰 가성만 가득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단단한 진성이 받쳐주고 있는 그녀의 보컬은 늘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가득함. 물론 귀여움은 기본. 

한로로 – 0+0

순수함을 목소리로, 청춘을 사람으로 형상화한다면 바로 한로로, 그녀일 수밖에 없다. 타고난 저음 컨트롤 위에 딱 순수한 바이브레이션, 딱 순수한 보컬, 그리고 딱 순수한 표정. 음을 끌 때조차, 마치 창호지를 길게 펼치는 것처럼 안정적인 그녀는, 그래서 더 순수하다. 바스러질 것만 같이 이어지는 곡이 피날레로 향하는 환희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순수하고 순수한 그녀의 곡을 추천한다. 서영은의 0+0 커버가 한로로만 못한 것은 그녀가 청춘이 아니기 때문.

정우 – 허물

‘허물’에서 김윤아 느낌이 물씬 나는 그녀의 농염한 보컬에 놀란 당신이라면, 이전 앨범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1집 때는 정통 포크로 김광석 같은 순수하고 맑은 음악을 했었단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두 번째 앨범, ‘클라우드 쿠쿠 랜드’에 포스트모던하면서도 유니크한 밴드음악을 담았다. 호주의 Frente! 나 아일랜드의 The Cranberries처럼 밴드음악에 가녀린 보컬을 얹는 시도는 이전부터 꾸준했다. 이런 밴드의 생명주기는 보컬이 책임지게 되는데, 정우는 – 앤지 하트나 돌로레스처럼 – 깨끗한 보컬 외에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됨. 

노이 neu – 뻔하잖아

정국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목소리 뭔데, 감성 뭔데, 발음 뭔데, 당신 뭔데”라며 극찬했고, 이 한 줄의 평에 바로 멜론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랐던 신인 뮤지션 ‘노이’. 나는 ‘애송이의 사랑’ 리메이크 때, 정국보다 먼저 알아봤었다는 거. ‘뻔하잖아’와 같은 앨범의 ‘계속 생각날 거야’를 조금 더 추천. 솔직히 조금 느끼한 게 없는 건 아님. 

연정 – 저녁을 사랑하겠어

직접 일렉 기타를 메고 무대를 이끄는 프런트우먼인 연정은 정우와 마찬가지로 데뷔 초반 포크로 시작해서 점점 강력한 사운드의 밴드음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보컬이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담백한 맛이 있다고 할까? 대학 때 가끔 볼 수 있었던 덤덤한 여자후배 같은 말투로 투정하듯 무심한 듯 툭툭 던진다. 작사, 작곡은 물론 기타 세션까지 주도하는 확실한 음악적 심지에 핀업 소개해본다. 

이고도 – 계세요

독보적인 문학적 가사와 연극적인 연출, 그리고 낮고 신비로운 음색으로 인디 씬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아티스트, 이고도. 그녀의 음악은 마치 어떤 영상을 보고 있는 듯 입체감 있게 다가오는 게 특징인데, ‘상견니’라는 곡은 악기의 배치나 보컬을 마치 연극무대를 꾸미듯 어레인지 한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곡의 성격에 따라 그녀의 목소리도 분장을 달리 한 배우처럼 변화무쌍하게 변화한다. 그녀의 활동명이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따왔다니 왠지 그런 색채가 이해가 갈 것 같기도 하다.  

Olivia Rodrigo – vampire

도입부부터 압살인 그녀의 대히트곡 ‘vampire’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녀의 곡을 듣고 있으면 그녀가 데뷔 6년 차의 햇병아리라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6년 차를 햇병아리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vampire는 2023년 곡이니 뭐…) 데뷔 때로 돌아가 ‘drivers license’를 들어봐도 그 느낌은 그대로인데, 사실 그녀는 무려 6살 때부터 연기와 노래 레슨을 받았던 준비된 연예인이다. 나는 요즘 최근 발표된 ‘you seem pretty sad for a girl so in love’앨범의 ‘stupid song’를 무한 돌려 듣고 있음. 

Taylor Swift – I Knew It, I Knew You

사실 이렇게 소개할 가수인가 싶을 정도로 너무 대형(키도 180)이지만 최근 공개된 토이스토리 5 삽입곡, ‘I Knew It, I Knew You’가 너무 좋아서 안 할 수가 없었다. 가사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도 전에 이미 눈가가 촉촉해져 버린 나. 물론 네 번째 작품 이후로 철학적 슬픔이 가득 담기고 있는 토이스토리의 사운드트랙이니 ‘얼마나 슬플까’ 하는 생각도 없진 않았지만, 찰진 컨트리 멜로디 위에 얹힌 그녀의 목소리 만으로 다 알겠었단 말이지. ‘but love has ways of brining things back to life’ 부분이 너무너무너무 좋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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