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의 인사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년 정도 살다가 서울로 돌아왔을 때 이런저런 인사를 많이 받았는데, 그것들이 희한하게도 서로 이율배반적이었다.

‘얼굴이 조금 탔죠? 건강해 보이세요.’
‘얼굴이 더 하얘진 것 같은데?’
‘살 좀 찌셨죠?’
‘살이 너무 빠졌다.’
‘운동 많이 했나 봐요? 몸이 좋아진 것 같아.’

하지만, 이전부터 지겹게 마주했던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피부색은 가기 전에도 거무튀튀했다 하고, 몸무게도 이전과 똑같으니 살이 더 찌거나 빠지지도 않은 것이다. 게다가 걷는 것 말고는 다른 운동을 해 본 적도 없다.

처음에는 희한하다 생각했지만, 모두 평소에 내게 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므로 나의 일 년 전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면 그도 이해는 간다. 나는 거의 돌아다니는 일이 없이 진득하게 자리에 앉아있던 편이며, 모임이나 술자리에 출근하듯 얼굴을 보이는 타입도 아니니까. 그래서 그냥 그 인사들에 어울리게 적당히 대응했는데,

‘아 그래요? 샌프란시스코의 햇살은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건물 안에만 있어서 그런가 봐요.’
‘고깃값이 싸서 그런가?’
‘음식이 잘 안 맞더라고요.’
‘집 근처에 공원이 있어서…….’

 대부분은 그냥 그러려니 하며 넘길 수 있지만. 그래도,

‘키가 좀 커진 것 같아.’

이러셨던 분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 건지? 그럴 리가 있겠냐고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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