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저주

친구가 몇 주 째 의욕 없는 표정이었다.

‘이건 조금 심각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느낌? 물론 내가 해야 할 것들 – 예를 들면 일 – 을 하기는 해. 무책임한 성격은 아니니까. 그런데, 나머지는 다 귀찮아. 친구도, 음악도, 영화도, 요리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뭔가 다른 걸 하기 위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위로를 해주고 싶었던 나는 과거 경험을 털어놓았다.

‘나도 그런 적이 있어. 미국에 있을 때 –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 어디를 가거나 뭘 해도, 그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왔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뭔가를 하는 게 크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분이 나아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친구는 천천히 말했다.

‘나 알아. 그게 뭔지. 내가 작년에 일 년 동안 그런 상태였어. 딱 네가 말했던 그대로야.’

‘어… 어 그래?’

‘응. 그리고, 올해 초에 지금의 상태로 더 진화한 거야. 그러니까 너도 내년이면 지금의 나 같은 상태가 될 거야.

…..
..

위로해주려 했는데, 저주를 받고 말았다는 이야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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