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던 이의 빙모상이었다. 사인은 부신암이었고, 발견될 당시 4기였다고 한다. 예후도 없었고 건강검진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어서 가족들의 황망함은 이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다. 간수치가 갑자기 높아져 정밀검사를 받았고, 방사능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상태가 안 좋아지셨다고 한다. 이후 가족에게 폐를 끼치기 싫다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들어가셨고, 이내 돌아가셨다. 진단을 받은 후 3개월 만이다.
도착하니 어렸을 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꽤 많이 모여 있었다. 같이 일하긴 했지만 친구와는 또 다른 관계인 사람들. 아직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비교적 잘 풀린 사람도 있고, 고만고만 지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승진을 한 사람도 있고, 본부가 사라져 버린 사람도 있다. 희비가 공존하는 상황이겠지만 이상하게도 –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닌 나지만 – 그들 모두에게 측은지심이 들었다. 축하할 상황도 기껏해야 유통기한 일이 년 정도겠지.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오래 살아야 함을 걱정할 정도로 아직 인생은 많이 남아있다. 아니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안면이 있으니 같은 구역에 모여 앉게 되었지만 할 말이 별로 없는 건 이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상투적인 질문을 하나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듣는다. 그리고 또 침묵. 내가 이런 자리에서 친한 사람 옆에 앉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다.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반가운 얼굴도 있지만, 그것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지는 않아서 식사에 집중한다. 허공에 농담을 던지고, 어느 누가 먼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하나 샀다. 장례식장에 가면 귀신이 한둘 따라온다는데, 중간에 다른 곳에 들르게 되면 그곳에서 다른 물건으로 옮겨 붙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마음의 평화는 논리에서만 오는 건 아니니까. 다 마신 음료수 병을 버리며, 쓰레기통 안에서 얼마동안 불편하게 있을 잡귀를 잠깐 상상해 본다. 편의점 쓰레기통은 하루에 한 번은 크게 비울테니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물론 작전과는 다르게 내 등에 붙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편의점에서 나오는데 찬 바람이 훅 밀려왔다. 이렇게 추운 날 돌아가셨구나.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