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2

오늘 저녁, 그제와는 다른 일식집에서 초밥세트를 주문했다. 이곳에서는 세트 속의 메밀소바가 –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 제공되고 있었다. 이전 일식집에서는 메뉴의 세트 속 메밀소바가 제공되지 않았었다. 그곳의 주방장은 겨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삼일이 지났을 뿐인 오늘이 여름 일리는 없는데 말이다. 앞으로는 이곳에서만 세트를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적어도 겨울에는 그럴 것이다. 

결심하는 동안 내 옆에 혼자 온 손님도 나와 같은 초밥세트를 받았다. 그런데, 같은 초밥세트 옆에 추가로 타마고 초밥이 놓인 나무 접시가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왜 못 받은 거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혹시 네이버에서 예약을 하면 주는 보너스인가? 어쩌면 인스타그램에 이곳을 태그 해서 사진을 올려야 받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도 좀처럼 그런 챌린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옆에 앉은 손님에게 들릴지도 모르니 자리에서 물어볼 수는 없다. 주문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계산을 하면서 포스에서 물어보면 되겠지. 한번 궁금하면 알 때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성격의 나는 세상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초밥 10개, 우동, 메밀소바 그리고, 디저트 양갱까지 먹어버렸다. 모든 음식을 어떤 맛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삼켰다. 

식사를 클리어한 나는, 목도리를 하고, 외투를 입고, 가방을 멘 후 포스 앞에 섰다.

‘얼마입니다.’ 

라고 점원이 말했고, 나는 카드를 건네며 타마고 스시는 어떻게 받는 거냐고 살짝 물었다. 그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질문이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내 옆에 앉았던 손님을 가리키며 다시 한번 설명을 하자, 점원은

그거 단품으로 주문하신 건데요?

한다.

아. 유레카! 그런 방법이 있었네! 몰랐다. 신박해!

기발한 자네, 나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나?

라고 옆자리 손님에게 제안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같이 딱히 해볼 만한 일이 생각 안 나서 말았다는 이야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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