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

주중에 치통이 생겼다. 이런저런 일로 꽤 바빠서 대충 참아 넘겼는데, 주말에 여유가 생기니 꽤 많이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식을 씹으며 천천히 살펴보니 오른쪽 위 어금니 부위가 문제인 것 같았다. 대충 아침을 삼켜 넘기고는 동네 치과에 전화해서 살려달라고 했더니, 예약은 꽉 차있지만 와서 대기하라고 한다. 

‘엑스레이는 괜찮아 보이는데, 살펴보니 어금니 뒤쪽과 잇몸뼈 사이에 염증이 있어요. 이런 건 며칠만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만약, 괜찮아지지 않는다면 신경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고요.’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해도 별다른 치료는 없나 보다 했다. 그런데, 

‘자 마취주사가 살짝 따가울 거예요.’

아픈 어금니 위쪽의 잇몸에 놓았던 네 번째 주사는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이 정도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 중 가장 약한 것을 1 가장 강한 것을 10이라 했을 때, 어느 정도나 될까? 잘은 모르지만 순간적 고통이라면 7 정도는 훌쩍 넘을 것 같다. 

‘염증 부위를 치료할게요.’

치과치료는 상당히 익스트림한데, 돌덩이 같은 이빨은 말랑말랑한 피부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된 치료도구도 드릴과 끌이다. 그것으로 이빨 주위를 갈아내고 긁어내는 소리는 골전도로 생생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더 과장되어 들린다. 무섭다. 드릴이 살짝만 빗나가면 아래턱이 뚫릴 것 같고, 온 힘을 다해 꼬챙이로 벅벅 긁어대는 게 어긋나면 바로 볼이 찢겨나갈 것만 같다. 

‘벅벅’

‘벅벅’

‘빡빡’

대체 지금 긁어내고 있는 게 뭘까? 어금니? 잇몸뼈? 사실 뭐든 상관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무방비 상태로 입을 벌리고는 침을 질질 흘리는 이 상황만 종료되면 된다. 대장 내시경 다음으로 치욕스러운 치료, 진료? 시술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왼쪽 위의 잇몸뼈 쪽이 더 상태가 안 좋으시거든요. 여기 엑스레이 보이시죠?’

‘치료가 끝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내게 도대체 왜 그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이제 왼쪽도 아파질 거라는 예언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마취가 깨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종종 달려갔다는 이야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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