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 대한 단상

요즘 클럽하우스가 인기죠?

클럽하우스는 주제별로 만들어진 방에서 여러 사람과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년 4월 폴 데이비슨과 로언 세스의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라는 스타트업에서 내놓은 SNS 서비스입니다. 서비스가 선보인 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가고 있으니 핫샷 데뷔라 할 수는 없지만, 최근 사용자가 300만 명이 넘어가고 있으니 꽤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다면 이 서비스가 왜 뜨고 있을까요?

저는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직관적이고 익숙한 수단, 목소리를 사용한다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가장 오래되고 그래서 하나도 신선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익숙하고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건 진입장벽을 끌어내려주는 필요조건이 되어줍니다. 말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팬더믹 시대로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에 갈증을 느끼게 된 것도 이 앱의 급성장에 일조했을 겁니다.

꽤 오래전 기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방법을 고안해내기 위해 여러 기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었습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도 그런 시도 중의 하나였고, MS의 나탈이라는 모션 인식 프로젝트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음성인식이 되고 말았습니다. 애플의 시리, MS의 코타나,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가 모두 그런 서비스들이죠. 물론 코타나의 실적은 조금 저조하지만…

음성인식이 대세가 된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역시 사용자들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익숙해서 배울 필요가 없다는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유튜브가 전 세대를 장악해버린 이유 – 우리 모두가 텔레비전 혹은 영상세대라는 것 – 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네요. 여러분, 모든 인류를 함께 움직이게 할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상에 없던 것이 아니랍니다. 아니 적어도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는 친숙할 필요가 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목소리를 사용해서 대화방 안에서 떠드는 쉬운 콘셉트와 무료라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승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인들의 피치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나죠. 말을 듣는 것은 문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디테일한 정보수집이 가능하고, 양방향 서비스여서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흘러가면 사라지는 대화 기반이기 때문에 정보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던지, 텍스트와 링크를 활용한 사용자 간의 관계 형성이 불가능한 단점들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이렇다 할 수익모델도 없습니다. 음성 기반이기 때문에 광고를 붙일 UX조차 변변치 못한 것도 있고요.

물론 뭔가 고민해둔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이제 찾기 시작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얹어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클럽하우스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넘어 새로운 대세가 될지, 아니면 반짝하고 곤두박질해버리는 서비스들의 원 오브 뎀이 될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프리 카젠버그도 숏폼 영상 서비스인 퀴비 Quibi가 6개월 만에 주저앉을 줄은 정말 몰랐을 걸요?

하지만 세상에는 성공할 아이디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를 성공시키는 사람이 있는 거죠.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클럽하우스의 미래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제 좀 다른 게 나와줄 때가 되긴 했으니까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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