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고 물론 너는 실제로 그놈으로부터 빠져나가게 될 거야. 그 맹렬한 모래 폭풍으로부터. 형이상학적이고 상징적인 모래 폭풍을 뚫고 나가야 하는 거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놈은 천 개의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네 생살을 찢게 될 거야. 몇몇 사람들이 그래서 피를 흘리고, 너 자신도 별수 없이 피를 흘리게 될 거야. 뜨겁고 새빨간 피를 너는 두 손으로 받게 될 거야. 그것은 네 피이고 다른 사람들의 피이기도 하지. 그리고 그 모래폭풍이 그쳤을 때, 어떻게 자기가 무사히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너는 잘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아니, 정말로 모래 폭풍이 사라져 버렸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게 되어 있어.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해.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래, 그것이 바로 모래 폭풍의 의미인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중
누구나 살아가면서 여러 상황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폭풍 같은 상황은 어떻게든 지나간다. 자신이 똑똑하게 대처했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었거나, 바닥까지 가라앉았거나, 종내終乃 그 폭풍의 건너편에 서게 된다. 그것을 남들은 실패라고 부르기도 하고, 성공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것도 완전한 성공이 아니듯, 어떤 것도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나 나의 대처, 그 모든 것들이 대부분 어느 정도의 운 안에서 버무려진 결과다. 결국 폭풍의 건너편에 서게 되는 건 그런 상호작용보다는 시간이 주는 선물이라 봐야 할지도 모른다.
시간은 지나가고,
어떤 일이든
결국에는 정리된다.
어렸을 때에는 인생이 폭풍 같고, 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그로 인해 한참 성장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건 늘 어렵고, 더디고, 대단한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그것들이 그렇게 다이내믹한 – 마치 해일 같은 – 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거다. 대부분 반복되고, 뻔해지고, 익숙해지는 이유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별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에 우리는 그것들이 마치 잔잔한 호수에 소리 없는 파문波紋정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버린다는 거.
뭐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