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회사 친구와 점심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저는 주말에는 운동하는 것 말고는 보통 집에 있어요. 나가는 게 너무 귀찮아.’

사람을 가리는 타입은 아닌데 희한하게 주변에 친한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성향이 비슷하다.  

‘요즘은 넷플릭스도 끊었어요. 너무 보게 되더라고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친구들 모두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나도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지만 드라마 한 편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게으른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혼자 있는 게 편하긴 한데, 가끔 나가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 맞아. 일과가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가지만, 가끔 맥주 한잔 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지.
‘네. 그런데, 그게 사람들 잔뜩 모인 회식, 이런 건 아니에요.’
– 한둘 정도 잠깐 부담 없이 보는 거~
‘그렇죠. 앉아서도 이야기보다는, 산들바람을 더 즐긴다던가, 맥주를 음미한다던가..’
– 그러다가 갑자기 ‘아 피곤하다.’ 하고 훅 일어날 수 있어야 돼.
”어 잘 가’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서로 집으로 척척 걸어가는 거죠.’
– 헤어지고는 집에 빨리 들어갈 수 있게, 그런 친구들이 근처에 살았으면 좋겠어.
‘가까운 것도 중요하지만, 부를 때 바로 나올 수 있는 것도 중요해요.’
– 그러려면 역시 직업은 프리랜서인 게 좋겠지?
‘그런 사람 한둘 정도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셋도 싫을 것 같아.’

싫을 것 까지야 있나 싶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 까지는 친구들이 대부분 동네에 사니까 딱 그러기 좋은 상황이었을 텐데 왜 못 그랬을까요?’

– 그때는 맥주를 마실 수 없었잖아.

‘아…’

– 그런데, 맘대로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친구들이 근처에 모여 살지 않게 되는 게 우연일까?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절묘했다. 교육부 장관은 고민했겠지. 국민들이 너무 행복하면 나태해질 수 있으니까. 그래서, 음주가 가능한 대학부터는 지역과 상관없이 성향과 능력 기반으로 모이게 했을 거다. 국방부 장관이 자대 배치 프로그램에 사는 지역 고려를 배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면 이해가 간다. 정경유착으로 인해 기업들도 역시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걸까? 결국 사람들은 저녁 6시 이후가 되면 뿔뿔이 흩어져 각자가 사는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것도 모른 채 외롭게 일만 열심히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연이겠죠 뭐

– 맞아.

게으른 우리는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Posts created 440

Related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egin typing your search term above and press enter to search. Press ESC to cancel.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