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테이 토모야스(Hotei Tomoyasu)라는 이름을 접하기 가장 쉬운 루트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빌>이 아닐까? 날카로운 브라스와 함께 시작되는 ‘Battle Without Honor or Humanity’는 스포츠 중계나 방송, 심지어는 <무르팍 도사>를 통해 엄청나게 전파를 탔으니 말이다. 그 강렬한 클리셰 너머에는 내가 진심으로 애정하는 호테이의 본질이 있다.
내가 호테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처음 조우한 곳은 영화관이 아니라 내 방이었다. 플레이스테이션에 출시된 <Stolen Song>은 호테이의 음악을 담은 초창기 리듬게임 중 하나였고, 나는 기타 대신 컨트롤러를 사용해 그의 음악 기타를 담당했었다. 첫 라운드는 다운피킹이 이어지는 <Radio! Radio! Radio!>였고,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결국 대망의 파이널 콘서트로 마무리되는 이 게임의 엔딩은 1995년 발매된 그의 히트곡, <Poison>이었다. 지금도 <Poison>은 프로젝트 이행 직후 듣는 플레이리스트 안에서 밀려나지 않고 콜드플레이의 <Viba La Vida> 옆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호테이의 기타를 좋아하는 편인데, 기교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의 연주에는 ‘BOØWY(보위)’ 시절부터 정립된 독특한 문법이 있다. 190cm에 달하는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있는 다운 피킹, 백킹과 리드의 경계를 허물며 공간을 장악하는 커팅 주법. 기하학적인 흑백 라인이 그려진 페르난데스(Fernandes)와 조디악(Zodiac) 텔레캐스터를 메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그는, 힘 있는 록의 스피릿과 정교한 테크닉이 결합된 하나의 완결된 장르다.
그중에서도 ‘POISON’은 호테이 음악 세계의 미학이 가장 완벽하게 응축된 곡이다. 이 곡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우직한데, 도입부의 시그니처 리프가 터져 나오는 순간부터 마지막 아웃트로가 끝날 때까지, 약 138 BPM의 8비트 드라이브가 단 한순간의 흐트러짐도 없이 질주하기 때문이다. 더 멋진 부분은 그 견고한 리듬 위에 얹힌 애절한 멜로디와 테크니컬 한 기타 솔로가 삼위일체를 이룬다는 것인데, 특히 놀라운 감성으로 멜로디를 이어받아 절묘한 테크닉으로 비트에게 다시 넘겨주는 호테이의 브리지 기타가 일품이다. 도무지 내가 신나는 건지, 슬픈 건지, 놀라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는 혼란스러운 리스닝을 경험하게 될 당신을 위해 건배!
세월이 흘러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호테이는 여전히 현역으로 건재하다. 그는 일본에서 이미 ‘신’의 반열에 올랐던 2012년, 돌연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다. 당시 그의 나이가 딱 오십이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할 시간”이라며 왕좌를 버리고, 런던의 작은 클럽에서부터 다시 기타를 쳤다. 2026년인 올해, 그는 데뷔 45주년을 맞아 여전히 새로운 투어를 돌고 부도칸 무대에 오른다. 지금도 무대 위에서 백발을 휘날리며 기타를 치는 그를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이 시대 아저씨의 상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에너지 레벨을 낮추고 주변과 타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본질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에 답하며 더 날카롭게 자신을 도려내는 과정이다. 모든 과정이 생략된 효율의 시대 끝에 과연 기타를 치열하게 잘 치는 누군가가 존재할까? 하나의 주제에 대한 사유思惟로 인생을 보낸 사람들에게 효율이라는 건 생각할 가치도 없는 트릭이었을 거다. 수십 년간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도달한 ‘장인(匠人)’의 경지는 절대적인 미덕이며, 알고리즘이 형태를 복제한다 해도 그 노력의 가치만큼은 흉내조차 낼 수 없겠지.
인류의 마지막 르네상스를 내 것으로 향유할 수 있었던 세대였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의 <Glorious Days>를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