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후배와 점심식사를 하며 주말 내내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쪽에는 남다른 재주가 있기 때문에 이런 주제라면 반나절은 계속 이야기할 수 있다.
‘일요일에 하루 종일 비가 왔었잖아요. 그래서 계속 집에만 있었어요. 비가 안 와도 그러지만.’
– 응. 나도 집 안에만 있었어. 사실 그게 더 바쁘잖아?
‘맞아요. 저는 넷플릭스에서 브루클린 나인 나인이라는 미드를 봤거든요.’
– 나는 라이프 인 마스라는 드라마를 정주행 했는데.
콘텐츠 소비라면 지고 싶지 않았다.
‘아. 라이프 온 마스요?’
아차, 실수!
그녀는 제목을 정정해주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거 저는 본방 사수하고 있는데. 요즘은 월화드라마하고 주말드라마만 괜찮아서 아쉬워요. 수목이 허전해.’
– 내가 케이블 신청을 안 해서… 아마 신청했었더라면 당연히 본방 사수했을 거야.
왠지 조금 밀리는 기분이었다.
‘제가 지난주에 업무가 정신없어서 많이 우울했거든요. 그런데, 주말에 그 드라마를 보며 즐겁게 미소 짓고 있는 저를 보게 된 거예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보통은 ‘즐겁게 미소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지금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하는 식으로 진행될만한 상황이었는데 의외였다. 만약 그랬다면 ‘내공이 낮네. 그건 잘하고 있는 거지!’ 하며 압도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 아. 그 드라마를 보고 즐거워하는 자신이 보기 좋았다는 거?
정말 그 이야기라고?
‘네. 그래서, 그 기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폰을 에어플레인 모드로 바꾸고는 밤새도록 계속 봤어요.’
에.. 에어플레인 모드? 이건 레벨이 다르잖아? 나도 혼자 노는 것은 베테랑이지만, 콘텐츠를 소비할 때 에어플레인 모드로 세상과 자신을 유리시킬 만큼 쿨하지는 못하다. 심지어 난 비행기를 타도 에어플레인 모드를 안 하는 것이다.
대단한 사람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