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이의 꿈’ 들어보셨나요?

나는 어렸을 때 딱히 꿈이 없었다.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물으면 늘 ‘과학자’라고 했지만, 그건 그다지 되고 싶은 것이 없다는 구차한 설명 대신 준비한 대답일 뿐이었다. 과학을 좋아하긴 했지만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으니까. 그 흰 가운을 하루종일 입는 건 너무 심하잖아. 뭔가 한 가지를 꼭 계속해야 하는 건가? 평생 라면을 삶았다는 장인이 존경스럽긴 했지만, 불쌍한 마음이 더 컸다. 하루 종일 흰 가운을 입고 플라스크 사이를 움직여야 하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뭐 하고 살래?

엄마는 그렇게 물었다. 부모님에겐 딱히 되고 싶은 게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니까.(내 생계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모든 것을 숨길 순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철학적인 고민까지 확장되는 건 어린 나이에 좀 어려웠던 것 같다. 뭘 하고 산다? 무엇보다도 이미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지금 죽어있는 건 아니잖아. 그러고 보면 순서가 틀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죽는다’ 보다는 ‘죽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가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살아있으니 뭐 할래?’가 더 합리적인 질문이겠지. 그런 질문을 들었다면 나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나열했을지도 모른다.


‘후라이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다. 2014년 악뮤 콘서트에서 아이유가 게스트로 출연해서 처음 불렀던 곡으로, 그 이후로 한 번도 발매가 되지 않았었다. 이때 즈음 아이유는 프사가 계란프라이 사진이었다고 한다. 이찬혁은 아이유에게 왜 프사가 계란프라이인지 물었고, 아이유는 미주알고주알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며칠 후 이찬혁은 이 곡을 만들어 아이유에게 줬고, 그녀는 악뮤의 콘서트에서 이 곡을 불렀다. 우선 이런 경이로운 상호작용이 가능했던 이찬혁의 능력에 경의를 표하고… 

콘서트에서 아이유가 이 곡을 불러줬을 때, 이찬혁은 아이유에게 이 곡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유는 이후 왜 이찬혁이 이 음원을 발매하지 않을까 궁금해했다. 그렇게 거의 십 년이 흐르고, 아이유의 팔레트에 악뮤가 출연했을 때 이 곡에 대한 서로의 오해가 풀리게 된다. 그리고 얼마 전 이 음원이 드디어 악뮤에 의해 발매가 되었다. 그런데 가사가 이렇게 좋은 줄은 차마 몰랐었다는 거. 

이 곡으로 모두가 지금 살고 있는 생의 무게를 조금 덜 수 있게 되길… 

후라이의 꿈. – 악뮤

저 거위도 벽을 넘어 하늘을 날을 거라고
달팽이도 넓고 거친 바다 끝에 꿈을 둔다고
나도 꾸물꾸물 말고 꿈을 찾으래
어서 남의 꿈을 빌려 꾸기라도 해
내게 강요하지 말아요 이건 내 길이 아닌걸
내밀지 말아요 너의 구겨진 꿈을

난 차라리 흘러갈래
모두 높은 곳을 우러러볼 때
난 내 물결을 따라
Flow flow along flow along my way

난 차라리 꽉 눌러붙을래
날 재촉한다면
따뜻한 밥 위에 누워 자는
계란 fry fry 같이 나른하게
고래도 사랑을 찾아 파도를 가를 거라고
하다못해 네모도 꿈을 꾸는데
아무도 꿈이 없는 자에겐 기회를 주지 않아
하긴 무슨 기회가 어울릴지도 모를 거야
무시 말아 줘요 하고 싶은 게 없는걸
왜 그렇게 봐 난 죄지은 게 아닌데

난 차라리 흘러갈래
모두 높은 곳을 우러러볼 때
난 내 물결을 따라
Flow flow along flow along my way

난 차라리 꽉 눌러붙을래
날 재촉한다면
따뜻한 밥 위에 누워 자는
계란 fry fry 같이

Spread out
틀에 갇힌 듯한 똑같은 꿈
Spread out out
난 이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와 퍼지고 싶어

난 차라리 굴러갈래
끝은 안 보여 뒤에선 등 떠미는데
난 내 물결을 따라
Flow flow along flow along my way
난 차라리 꽉 눌러붙을래
날 재촉한다면
고민 하나 없이 퍼져 있는
계란 fry fry 같이 나른하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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