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13 일기

올해 내내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이번 주 마무리했다. 프로젝트는 잘 이행됐고 오류나 문제도 거의 없었다.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꽤 많이 진행해 봤지만 이 정도로 깔끔하게 진행된 프로젝트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건 전적으로 프로젝트 오너 인력들의 역량과 다이내믹스다. 멋진 팀과 진행할 수 있어서 즐거웠음. 이 시스템이 잘 사용되기를 바란다.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다가갈수록 그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게 확실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애써 외면하며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그 아주머니는 내게 다가와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쓱 내게 건빵 한 봉지를 내밀었다. 내가 ‘네?’ 하는 표정을 짓자,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읽지 못할 것이다’하는 무표정으로 응대하셨다. ….뭐지?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이게 뭐예요?’ 하니까 ‘건빵’ 하신다. 사실 건빵이란 건 알았다. 나는 꽤 똑똑한 편. 그리고 집으로 걸어오면서, 계속 자책을 했었다. ‘왜 주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봤어야 했다. 궁금해 죽겠음. 기독교인지, 통일교인지, 국힘인지, 사회봉사단체인 건지…

유튜브를 보다가 쇼츠로 한 달에 몇천만 원을 번다는 이야기를 보고 나니 나도 한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소재를 찾고, 글을 쓰고, 배경에 쓸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고, 자막을 달고, 심지어는 자막을 읽어야 한다. 배경음악과 함께 위의 모든 요소들을 믹스업 시켜야만 30초짜리 영상이 만들어지는데, 하나 만들고 나니 진이 다 빠져버렸음.

그래서 쇼츠를 만드는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기사 소재 링크를 붙여 넣으면, 숏폼 대사를 만들어주고, 그 대사로부터 이미지, 자막, 리딩음성을 만들어내고, 적절한 배경음악을 붙여 최종 영상을 만들어주는 사이트다. 다 만들고 난 후 처음 수작업으로 만들어 올렸던 영상을 살폈는데, 그것의 최종 조회수는 7을 기록하고 있었다. 기록 좋아하네. 그냥 7 임. 그걸 보고 나니 모든 게 다 귀찮아졌음. 나는 그 쇼츠로 돈 버는 사람 영상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이번 주부터 갑자기 가을이 되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화요일부터다. 이렇게 신호등 신호 바뀌듯 계절이 변하는 건 또 오랜만이다. 그 덕에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오늘부터 가을이구나’ 했으리라 생각함. 바로 그날 아이유의 ‘안녕, 썸머’가 릴리즈 됐다. 잔망스럽고, 영악하고, 센스 있네. 어떻게 1위를 안 할 수가 있냐고…

매년 그렇게 시원해졌다가도 냉탕 온탕 왔다 갔다 하듯 사람들 복잡하게 만들다가 훅 겨울이 되어버렸는데, 이번에는 주욱 가을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현명해지는 게 느껴져서 내가 말한 대로 될 것만 같음. 더워진다 해도 또 나름 겸손하게 지낼 계기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시원하든 덥든 별 상관없다는 이야기. 뭐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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