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Don’t Look Up’ 은 SF 블랙 코미디 정도의 장르 정의가 적당할 것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예요. 오스카 수상을 했던 연기 장인이 다섯이나 출연하는, 주연들 만으로는 어디에도 꿀리지 않는 작품이죠. 간단하게 작품을 소개해 보자면,
천문학자들은 데일리 관측 중에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하고, 인류의 사멸을 막기 위해 정부기관 및 언론에 해당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지구를 구하는 것보다 다른 것에 더 관심을 가지고, 계획은 점점 틀어지게 되는데…
사실 지구 멸망의 스토리는 일반적인 아포칼립스물 보다도 더 뻔하죠. 결론이 지구가 멸망하던가, 혹은 그렇지 않던가 둘 중에 하나니까. 멸망하면 좀 우울하고, 그렇지 않다면 조금 시시하고. 그런 이유로 서사와 디테일에 충실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런 걸 고려하면 블랙 코미디 형태를 취한 건 현명했다고 볼 수 있죠. 어느 정도 과장이 가능하고 장르적 허용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이 영화, 초반부는 흡인력이 상당합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계속 펼쳐지고, 그런 상황을 전개시켜 나가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대단하거든요.
먼저 정말 오랜 만인 제니퍼 로렌스. 결혼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배우예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고 그녀에게 반해버렸는데, ‘아메리칸 허슬’에서도 – 크리스천 베일의 대머리 어택 안에서도 – 놀라운 존재감을 보여줬었죠. 사이코나 다혈질 연기는 그냥 독보적 아닌가요? 얼마 전 ‘더 레이트 쇼’에 출연했을 때, 결혼 후 3년간 – 작품 안 하고 – 뭐했냐는 콜베어의 질문에 내내 X스만 했다고 대답한 게 너무 웃겼는데, 이런 건 진심 제니퍼 로렌스 답죠.
디카프리오의 연기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저는 그가 청년기의 외모를 잃은 후 관심이 사그라들었다가 마틴 스콜세지의 ‘셔터 아일랜드’를 접하고는 다시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요. 점점 지금의 모습이 디카프리오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달까? 이 영화에서도 천문학자 교수에 완벽하게 빙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연급으로 등장하는 론 펄먼은 정말 외형이 독보적인 캐릭터인데, 헬보이에서는 분장을 하고 나온 줄 알았을 정도라니까요.(헬보이는 분장이 맞음) 말 얹을 필요도 없는 티모시 살라메는 여전히 – 듄에서 처럼 – 진지하고, 귀엽습니다.
사람이 참 희한한 게 하나의 현상에 대한 해석이 각자 너무 다르다는 것. 각자의 가치관이나 상황이 다르고, 그것들에 대해 – 자기중심 적으로 –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긴 하니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구의 종말이라고 하면 의견이나 행동이 하나로 합일될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그것도 생각대로 되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건 ‘실제로도 이럴 것 같은데?’하게 된다는 거겠죠?
정말 지구에 종말이 온다면, 그리고 그것을 내가 살아있는 동안 마주해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사실 지구까지는 아니지만 지구 위의 생명체들은 그런 운명을 맞닥뜨린 적이 꽤 있어요. 정확히는 다섯 번 있었습니다. 빙하기, 화산 폭발처럼 지구 내부의 문제인 경우도 있었지만, 영화에서 처럼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적도 있었죠. 소행성 충돌은 대멸종 원인의 50%가 넘으니 – 데본기 후 발생했던 대멸종과 페름기 말 대멸종. 그리고, 백악기 말에 발생한 공룡 대멸종 – 이 영화는 꽤 있음 직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초중반까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사회 비판적인 긴장감을 유지하던 영화는 후반부에 진입하면서 약간 느슨해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론에 다가갈수록, 그 결론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킬링타임용 솔루션이긴 합니다. 적어도 매트릭스: 리저랙션 보다는 훨씬 낫거든요.
연말이지만 코로나 덕에 어디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방송에서 보여주는 오래된 영화는 보기 싫고, 그렇다고 짤만 모아둔 어설픈 유튜브 클립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싫은 당신에겐
이 영화가 딱이에요. 아리아나 그란데의 극 중 콘서트 곡 퀄리티가 끝내주는 영화, ‘돈 룩 업 Don’t Look Up’
- 한줄평 및 별점: 인류 종말에 대한 시니컬한 농담 하나 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