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선우정아
그대로네 어쩜
네 생각만 하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오
이렇게나 잠깐
좋고 오랫동안
나삐 지낼 거였으면, 오
왜 이리
허무히
젊음을
너란 애에게 다 써버렸을까
어쩜
어쩜
어쩌면
버리긴 아깝고
가지긴 좀 그래?
시시해? (시시해)
지루해? (지루해)
못된 넌 내 마음이
하찮으니 난 네 안에
없던 걸 (없던 걸), 후-
여전하네 어쩜
거짓말만 하고
착한 척만 하고, 오
이렇게 또 잠깐
내 맘을 헤집고
들쑤시면 재밌나보다, 오
나도 참
바보지
왜 하필
너란 애에게 뭐든 다 줬을까
어쩜
어쩜
어쩌면
버리긴 아깝고
가지긴 좀 그래?
시시해? (시시해)
지루해? (지루해)
이미 넌 내 마음을
밀어내니 난 네 안에
없던 걸 (없던 걸), 하-
사랑했던 척 그만 하자
울었고 웃었다고
사랑은 아니지 (아니지)
우린 둘 다 다음에 올 진짜 사랑을
기대하고
기도하고
기다렸던 건 아니었을까
버리긴 아깝고
가지긴 좀 그래?
시시해? (시시해)
지루해? (지루해)
잘난 넌 내 마음이
늘 당연해
넌 너밖에
없던 걸
내 삶에서 빠져
내 기억에서도
내 외로움에서도
가사가 너무 좋았어요. 처음에는 이승환과 선우정아의 디테일한 보컬에 반해 계속 들었는데, 점점 이야기가 들려왔던 그런 곡.
많이 아는 척도, 잘난 척도, 쿨한 척도 없는 솔직한 이 가사는 – 일반 듀엣곡처럼 – 서로 주고받는 형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쏟아내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어느 하나가 아닌 둘로, 연인들이 같은 감정으로 똑같이 서로에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승환과 선우정아는 동시에 같은 음을 짚습니다. 서로 상대에게 말하고 있지만 정작 듣는 사람은 없는, 그래서 고독하고, 그래서 외로운 곡, ‘어쩜’
꽤 오랫동안 사랑했던 둘은 별다른 이유 없이 소원해져 버리고 만 것 같네요. 뻔하고 흔한 흐름이지만, 당사자가 되면 쉽게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죠.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상황이 왠지 상대방 때문인 것 같아 서운하고, 야속하다고 느껴져요. 어긋나 버렸다는 걸 알고 있지만, 헤어지는 건 너무 어려우니까. 상상한 적도 없고, 이후에 어떻게 되는지도 아직 그들은 모르거든요. 상대방이 나보다 더 무심한 것 같고, 배신당한 것만 같고, 그래서 시간을 허비한 것만 같습니다. 머릿속은 정리가 안 되고, 이성적인 판단도 할 수 없어요. 혼잣말을 하다가, 뭔가를 물어봤다가, 혼자 단정해버리기도 하죠. 깊이 사랑했고 마음을 다 줬기 때문에, 화가 나고, 또 화가 나고,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지만,
내 삶에서 빠져
내 기억에서도
내 외로움에서도
라고 서로에게 베어내듯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그와 그녀.
저때쯤은 그래요. 오롯이 혼자 서서 열대 우림 속 폭풍을 혼자 맞는 듯한 느낌이랄까?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까스로 서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습니다. 세상에 혼자만 살아있고, 또 혼자만 죽어 있어요.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그런 사람 바로 옆에 서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 버린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