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wins all 아이유

누군가는 지금을 대혐오의 시대라 한다.
분명 사랑이 만연한 때는 아닌 듯하다.
눈에 띄는 적의와 무관심으로 점점 더 추워지는 잿빛의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무기로 승리를 바라는 것이 가끔은 터무니없는 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본 바로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다.
반면에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다.
사랑에게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담으로 다섯 곡이 담긴 이 앨범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나의 팬들에게 바치는 두 곡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곡 Love wins all이다.
느닷없이 큰 사랑을 받으며 하루아침에 인생이 달라졌던 열여덟 살부터 지금까지.
저무는 일에 대해 하루도 상상하지 않은 날이 없다. 막연히 외롭고, 무섭고, 또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매일매일 십몇 년을 생각했더니 그것에 대한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더라.
지금은 별로 무섭지 않다. 그 순간 아쉬움이 더 크거나 외로울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그리 가까울 것 같지 않다.

비관적이고 걱정 많은 아이였던 내가 그사이 이렇게나 달라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렇게 근근이 이어져 온 십몇 년 동안 지치지도 않고 매일 나를 안심시켜 준 누군가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덕분에, 생각해 보면 나는 아이유로 살며 단 한순간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
한 번도 나를 혼자 둔 적 없는 나의 부지런한 팬들에게.
어쩌면 타고나기를 악건성 타입인 내 마음속에 끝없이 사랑을 길러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또,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번번이 내 곁을 선택해 주어 정말 고맙다는 말도.
당신들이 내게 그래주었듯 나도 당신들의 떠오름과 저묾의 순간에 함께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 옆에서 “무섭지 않아. 우리 제일 근사하게 저물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어제 릴리즈 된 아이유의 신곡 ‘Love wins all’이다. 뮤직비디오 속의 아이유와 뷔도 예쁘고, 피아노로 시작되는 인트로도, 그녀의 바스락거리는 보컬도, 구름을 밟는 듯한 벌스도 모두 마음에 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함께 릴리즈 된 곡 소개글이 가장 좋았다. 

글을 읽지 않고 쓰지도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이 변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다. 변하게 된 이유는 있을 것이다. 공감각적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이라는 것에도 별다른 반론은 없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책상 앞에 쭈그리고 앉아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오롯이 글로 써 내려가거나, 활자 외에는 다른 아무런 정보 없이 누군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작업의 가치는 여전히 그대로라는 믿음은 변함이 없다. 그 지루한 레트로적 작업에 들였던 시간은 분명히 보다 의미 있는 보답을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그건 확실하다. 

그런 이유로 책을 읽는 사람을 좋아한다. 글을 쓰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이유의 신곡 소개글을 보고 그녀를 더 좋아하게 됐다. 미움은 기세가 좋은 순간에서조차 늘 혼자지만, 도망치고 부서지고 저물어가면서도 사랑은 지독히 함께라는 이야기가 내 가슴에 쿵 떨어진다. 

살아간다는 건 외로움과 고통의 연속이며, 누구도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 상황은 해결될 수 없으며, 보기 싫은 손님처럼 끊임없이 다시 찾아온다. 이를 견딜 수 있게 하는 건 누군가가 제시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아니라 체온이다. 기댈 따뜻한 어깨가 내 옆에 있는 것 만으로 ‘한번 이겨내 볼까’할 수 있게 된다. 아이유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믿음, 공감, 연대라는 치환置換에도 의미가 통한다. 함께 손을 잡고 체온을 나눈다는 물리적인 안정감은 AI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인간성을 유지하며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줄 거다. 

발매되자마자 멜론 외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 차트에서 넘버 원에 랭크되는 건 조금 무서웠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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