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그다지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혼자 살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보통 사람이었다.
정신없는 하루가 지나고 바닷가 쪽에서 안개가 밀려들어오는 시간이 되면 늘 마음이 서늘했다. 힘들거나 우울하다기보다는 그냥 세상의 끝에 걸터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그럴 때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아 침대 위에 멍하니 누워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방의 어둠이 걷히면 다시 일어나서 뭔가를 먹고 정해진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면, 외롭다는 건 잠시 잊게 된다. 일을 한다는 건 꼭 돈을 벌기 위한 행위만은 아니다.
김광민의 연주곡 중에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라는 곡이 있다. 가끔 멍하니 있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안 되면 이 곡을 반복해서 몇 번이고 들었다. 이 곡이 외로움을 해결해주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듣고 있으면 외로운 게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잔잔한 곡이어서 눈을 감으면 건반 위를 걷는 김광민의 손가락 움직임이 그대로 그려지는데, 누가 뭐래도 미묘하게 음을 밀거나 당기며 여백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그를 따라 올 사람이 없다. 중간 즈음 베이스가 메인 멜로디 라인을 이인삼각으로 징검다리 건너듯 따라 밟는 곳이 있는데, 같이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는 듯해서 좋아하는 부분이다. 늘 이 곡이 시작되면 그 부분이 오기를 기다렸다. 세상 고요한 곳에서 종종걸음으로 나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불행한 건 아니니까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살다 보면 외로운 건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외로움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들에게 살짝 권하고 싶은 곡, 김광민의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