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포스트의 소규모 비즈니스 기사 섹션에서 희한한 벤처에 관한 기사를 읽었는데, 그 제목은 ‘A start-up says it can back up your brain. However, there’s one small catch(한 스타트업이 당신의 두뇌를 보관해준다고 합니다. 단, 작은 문제점이 하나 있긴 하지만)’였다.
그리고, 그 작은 문제점은 바로 당사자가 죽어야 한다는 것.
사람을 냉동 보관한다는 아이디어는 제임스 해리슨 James Harrison의 에테르를 냉매로 한 증기 압축 냉장고의 발명 이후 지속적으로 연구되어 왔다. 물론 관련 장치들을 냉장고의 냉동실처럼 간단히 만들어 낼 수는 없었겠지만, 여러 관계자들이 꾸준히 노력해준 결과 1972년, 애리조나에 해당 서비스를 수행하는 알코어 생명연장 재단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이 설립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타격의 신으로 추앙받던 레드삭스팀의 테드 윌리엄스 Ted Williams의 머리도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데, 냉동 보존 이후 직원들이 그것을 가지고 장난을 쳤던 일이 알려져 상당한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유족들이 보관 연회비를 제대로 내지 않아 재단의 미움을 사게 된 것이 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두개골에 금이 갈 정도의 장난은 조금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몽키 스패너로 내려치는 것을 장난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보관비를 내지 않는다고 맡아두었던 머리를 임의 폐기 처분할 수도 없었을 테니 재단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사를 보면 Nectome이라는 스타트업 회사는 기존의 다른 냉동보관 업체들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그 일을 수행할 수 있으며, 심지어 정신까지도 보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망 후에 보존처리 작업을 하는 다른 업체들과는 달리, 당사자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화학처리를 하고 이후 바로 – 신선한 보존을 위해 – 사망 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의사가 도움을 주는 안락사와 동일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오히려 억울하게 죽는 사형수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현재는 사업을 준비하는 중이고 실제 서비스는 조금 기다려야 한다니 아직 희생자, 아니 고객은 조금 먼 이야기이긴 하다.
많이 황당하기는 하지만 이런 류의 비즈니스가 생각보다 리스크가 적은 이유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 해동(?) 및 소생 기술이 일반적으로 흔해질 때까지 – 보존만 책임지면 되기 때문이다. 마치 겨울 동안 양파를 보관하는 저장고 운영 사업처럼… 그리고는 때때로 고객들에게 ‘아직은 소생시킬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만 전달하면 냉동창고 – 보다는 훨씬 복잡한 메커니즘 이겠지만 – 의 전원 관리만으로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편하게 돈을 벌 수가 있다. 의견을 무시하고 소생시키다가 발생하는 리스크는 고객과 소생 업체의 부담일 테니까.
어쨌든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다 해도 남아있는 수명을 – 단지 며칠이라 하더라도 – 반납하고 불확실한 환생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것이 그리 내키지는 않을 것만 같은데, 수많은 사람들이 펀딩을 하고 있다고 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긴 해도 훗날 테드 윌리엄스가 다시 살아나 보스턴 레드삭스의 2004년 우승 소식을 듣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왠지 조금 재미있다. 물론 깨어나자마자 ‘근데 왜 내 머리에 왜 금이 가 있는 거냐고?’ 하며 투덜거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