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난 요즘 이 노래 많이 들어.’

들을만한 음악을 추천해달라는 외국인 친구에게 루시드폴의 곡을 하나 추천했다. 읊조리듯 부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고등어’는 조용한 음악이 듣고 싶을 때 찾는 플레이리스트에 늘 자리하고 있는 곡이다. 참깨와 솜사탕의 ‘여기까진가요’처럼 들락날락거리지 않는다. 얼마 전에 봤던 ‘효리네 민박’에서 효리가 윤아에게 이 곡을 불러주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분위기에 너무 어울렸더랬다.

‘I know this song – thought it was pretty sad.. the lyrics.’

하지만, 그녀는 이 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 루시드폴의 곡을 외국에서 지내던 사람이 알고 있다니, 그건 파리지엔이 독립문을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놀라웠다. 적어도 독립문은 개선문과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그런데, 이 곡의 가사가 뭐였더라? 나는 가사에 집중하며 음악을 듣는 타입은 아니어서 ‘고등어’의 가사가 정확하게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했다. 곡이 좋다고 추천해 놓고 가사가 뭐냐고 물어봐야 할 판이다. 본때도 없다.


저녁에 조금 더 신경 써서 들어 본 ‘고등어’의 가사는 확실히 슬펐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 만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루시드폴 – ‘고등어’

전체적인 내용은 아련하고, 때때로 가슴 아프고, 조금 웃기기도 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중에서도 이 부분을 들을 때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끔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잠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어 숨을 들이마시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고등어는 그럴 수 없다. 키스할 때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바라봐야만 한다. 민망해도 어쩔 수 없다. 강풍이 불어와도 눈물을 흘리며 마주해야 하고, 생일에도 ‘자 이제 눈을 떠도 돼’ 이런 서프라이즈 파티는 꿈도 못 꾼다. 눈싸움으로 승부를 가릴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매일 뜬눈으로 잠을 청해야 한다니…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눈꺼풀이 있다는 것에 감사라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야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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