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보다 뛰어난 후속작, 탑건:매버릭

  • 아래는 영화(탑건:매버릭)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최근 팬데믹의 끝에서 전성기 때 티켓 파워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국내 영화는 ‘범죄도시 2’였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는? 그건 누가 뭐래도 이 영화다. 톰 크루즈의 ‘탑건: 매버릭’


톰 크루즈의 대리석 같은 얼굴을 감상하는 게 전부였던 해군 홍보용 공익영화 탑건은 30년이 지난 올해, 박력 있는 영상미를 등에 업은 한 편의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로 거듭났다. 특히 원작의 갈등 요소를 상속한 세련된 스토리 라인은 이 영화의 가치를 더욱 배가 시킨다. 
감독의 지능적인 면모는 전작 이후 30년, 관객들이 후속작을 기다리던 그 물리적인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후작에 담아내는 부분에서 드러난다. 천둥벌거숭이 같던 전작의 주인공들은 – CG가 아닌 – 세월 속에서 나이가 들고, 성장하고,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고뇌한다. 고목나무 같은 그들의 등장만으로도 영화는 엄숙하고, 진지해지는 것이다.

인류의 존재는 계속 이어지지만, 과거의 선인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소멸했다. 그것이 유한한 존재인 인류의 원죄적 슬픔일지도 모른다. 화려했다 해도 어느 순간 내가 가진 것을 넘겨주고 쓸쓸하게 퇴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울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내 가치를 이어받아 다시 세상에 부딪치는 후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You’re the one who said don’t think!
생각하지 말라면서요!

어느 순간 내공이 남들에게 만만해 보이는 단계를 넘어서면, 생각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하게 된다.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
한계가 생겨버리는 것
더 이상 순수할 수 없는 것

영화에서 매버릭은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며 옛 친구 구스를 추억하고, 오랜 갈등의 상대인 구스의 아들, 루스터와 호흡을 맞춘다. 루스터는 한계에 다다른 매버릭이 바통을 넘겨줄 젊은 피다. 격추된 탐 크루즈를 구하러 다시 적진 속으로 달려온 그는 위의 대사를 쏟아냈고, 매버릭은 야생마 같은 그를 마주하며 젊은 날의 자신을 본다.

Thank you for saving my life
구해줘서 고마워

천신만고 끝에 항공모함으로 귀환하고 나서 매버릭은 루스터에게 고맙다고 했다. 고맙다는 건 인정한다는 것. 지난 30년 동안 지속되었던 그들의 갈등이 해소됨과 동시에, 전작보다 뛰어난 후속작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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