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나의 2024년의 첫 완독 도서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자서전,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였다

이전에도 몇 번 책을 집어 들었지만 늘 조금 읽다가 내려놓았더랬다. 동시대를 살았던 음악가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계속 떠올라서였을까. 그렇게 책의 앞부분에서만 머물다가 23년의 마지막 날 반절을 읽고, 오늘 그의 ‘Hibari’를 계속 돌려 들으며 나머지 반을 마저 읽었다. 읽기에 맛깔난 책은 아니지만 애초에 그런 자서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전 그는 한 겨울밤 찬바람을 무릅쓰고 어둑어둑해진 창밖을 내다볼 때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바깥을 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Rain’을 BGM으로 제공해 주던 아이돌 같은 음악가였다. 창피하게도 그 정도가 내 기억의 전부였던 류이치 사카모토.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는 경계를 넘어 편견 없이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한 음악가였고, 주체적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회운동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동일한 열정으로 지속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식당 Kajitsu Restaurant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스로 세 시간이 넘는 플레이리스트를 선곡해 전달한 일화는 꽤 유명한데, 돈이나 명성 이전에 그 본질 자체에 애정과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있는 그의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책을 읽으며 본문에 소개된 다양한 곡들을 찾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그 어떤 저자도 독자가 책을 읽을 때 들을 BGM을 지정해주지는 않는다)


이 책의 후미에는 작가가 아닌, 이 책을 짓기 위해 류이치 사카모토와 인터뷰를 했던 스즈키 마사후미의 에필로그가 자리하고 있는데, 본문을 읽을 때는 덤덤하려 노력했지만 이 글을 읽으며 결국 가슴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이야기. 

R.I.P.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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