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먹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다. 당연히 평소에 ‘뭘 먹을까’같은 고민을 해본 적도 없다. 주변에는 배고플 때 맛없는 것을 먹으면 화가 난다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허기만 때울 수 있다면 뭘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좋아하는 레스토랑 몇 개는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거 아냐?’ 하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 (정말 그런가요?) 나는 음식 이름도 몇 개 모르는 것이다.
‘혹시 맛을 잘 못 느끼는 거 아니에요?’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데, 물론 그건 아니다. 오히려 맛을 남들보다 더 귀신같이 잘 구분할지도 모른다. 단지 표현을 안 할 뿐이다.
미각이 둔한 사람들은 후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맛은 냄새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혀로 구분할 수 있는 맛은 몇 안되지만 코로는 만 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데, 이 둘의 조합으로 디테일한 맛이 결정된다. 나이가 들 수록 후각과 미각은 쇠퇴하게 되는데, 노인들은 평균적으로 짠맛은 10배 이상, 단 맛은 3배 이상 강도를 높여야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미국 생화학 분자생물학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 비글 세 마리가 사람의 혈액 샘플에서 폐암을 97%의 정확도로 구별해냈다는 것이 그것이다. 암을 진단하는 개를 ‘암 진단견 Cancer Sniffing Dog’이라고 하는데, BioScentDx 연구팀의 책임 연구자 헤더 준 콰이라 Heather Junqueira는 개는 사람보다 약 1만 배 많은 후각 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이런 연구가 가능했다고 한다. 대체 어떤 냄새가 나는 건지 너무 궁금한데,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었다. 2011년 독일에서도 개의 후각을 이용해서 암환자를 구별하는 실험을 진행했었고,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도 대장암을 동일한 방법으로 판독하는 테스트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때 대장암 식별 정확도는 92%에 달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 별 다른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무작정 믿기도 애매하긴 하다.
어쨌든, 연구가 잘 진행된다면 앞으로 건강검진센터에서 ‘암 진단견’의 진료 코스가 추가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정확도가 높아도 갑자기 집채만 한 개가 내 팔뚝을 꾹 깨물고는 킁킁 피 냄새를 맡는다면 조금 무서울 것 같다.
진단해보니 다행히 암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진료 중 패혈증이…. 죄송합니다. 멍멍~
나는 아무래도 ‘암 진단견’의 진료는 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