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사 년 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 살 때 매달 스튜디오로 – 구독한 적 없는 – 코스모폴리탄 잡지가 배달되어 왔었다. 관심이 있는 잡지도 아니지만 내 이름이 찍혀 배달되어 온 것을 보면 다른 주인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그 잡지를 매달 받아 쟁여놓고는 냄비 받침으로 사용했었다. 멋진 표지 모델들에게는 조금 미안했지만.
한 번은 우편함 속의 냄비 받침을 개봉했는데, 표지 모델이 그웬 스테파니였다.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로, 한때는 ‘Harajuku Girls’를 귀에 달고 살던 적도 있었다. 팬심 가득한 마음으로 특집 기사를 찾아 표지부터 한 장 한 장 넘겨보는데, 코스모폴리탄에는 생각보다 볼만한 기사들이 많았다. 중간쯤의 Candie’s 광고에서는 모던 패밀리의 사라 힐랜드가 입은 셔츠가 너무 예뻐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다. 그렇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들고 있다가, 폴로 광고 페이지를 만났다. 큰 향수 사진이 덩그러니 얹혀 있는 별 특색 없는 광고였는데, 이상하게 왼쪽 귀퉁이가 접혀 붙어 있는 것이다. 길바닥에 놓인 캔을 보면 발로 걷어차게 되듯, 나는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접혀있는 부분을 뜯고 있었다.
‘음. 뭐야. 용량 별 가격밖에 없잖아.’
하는 순간 달근한 향기가 내 주변에 훅 퍼졌다. 오 머리 좀 썼는데? 백화점 매장 앞에 시향용 향수를 배치하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향수가 뿌려진 시향 종이를 쥐어줘야 했던 3차원 광고를 – 물리적 한계를 극복한 채 – 2차원 평면에 구현해 버린 것이다.
누가 처음 생각해 냈는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 되어 인터넷을 뒤졌는데, 이미 꽤 오래전에 특허가 나서 활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잡지를 넘기다 보니 캘빈클라인이나 미소니, Juicy Couture의 광고도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것도 이제 올드한 방법인가 보다 하게 되었다. 신기해서 그렇게 서너 개 정도의 제품 광고 귀퉁이를 열어 계속 냄새를 맡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코도 무감각해지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이런 광고는 개수 제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호기심이 많은데 냄새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짜증이 나서 잡지를 집어던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잡지의 존속을 위해 – 가뜩이나 요즘 실물 잡지 사업이 적자라 – 부득이하게 광고를 많이 집어넣어야 한다면, 잡지를 집어던지지 못하게 만들 다른 장치를 만들어 넣을 고민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러고 보니 나는 코가 시큰해도 잡지를 집어던지지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사라 힐랜드가 너무 예뻐서… 아…!
코스모폴리탄! 고민했던 겁니까?
역시 한번 더 느끼는데,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들이 참 많다. 그건 그렇고, 테러리스트들이 신경가스를 배포하는데 이 방법을 사용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