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렇게 화살처럼 지나가버렸던 해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던 한 해였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더 낯설었던 2022년, 올해 나만의 랭킹을 한번 남겨보자면…
1. 올해의 노래: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유희열이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있을 때였을거다. 넷플릭스에서 ‘테이크 원’이라는 음악 쇼를 공개했고, 그 음악가들 중에 유희열이 있었다. 대부분은 음악 부분만 돌려 듣고 말았는데, 유희열 편은 그 서사에 빠져 한 시간을 꼬박 들여다보게 되었더랬다. 그리고, 마지막 테이크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천국’, 늘 그의 공연에 인트로로 사용되었던 곡이었다. 그 이후로 올해 백번은 더 넘게 리플레이했다. 과거를 오롯이 안은 채, 새로운 곳으로 건너가는 듯한 따뜻한 곡.
2. 올해의 뮤지션: 유라(걸스데이 유라 아님)
015B와 함께 작업한 ‘나의 머리는 녹색’으로 데뷔했던 엄청난 음색의 소유자. ‘세탁소’를 한번 듣고 마는 사람은 아마 없을걸?
3. 올해의 밴드: 디오 Dio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올해 유독 많이 들었다. ‘넌 아무 생각하지 마. 들리는 대로 들어. 이 XX야’라고 하는 듯한 직진곡, ‘Don’t talk to strangers’를 유독 많이 들었음. 클라이맥스의 정직한 드럼비트는 자다가도 생각난다니까.
4. 올해의 재발견: 프린스 Prince의 ‘Reflection’
프린스(라고 불렸던 사나이)를 원래 좋아하긴 했지만, Musicology 앨범의 ‘Reflection’이 이렇게 좋았나? 이 곡을 들으며 길을 걷고 있으면, 내가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음.
5. 올해의 귀여움: 르세라핌 ‘채원’
납작한 코가 귀여움.
6. 올해의 드라마: 다크
이건 정말 엄청났다. 이과라면 더 놓쳐서는 안 될 드라마.
7. 올해의 예능: 캐나다 체크인
시작을 2022년에 했으니 2022년 예능이겠지? 2023년에도 별게 없으면 올해 말에 또 올해의 예능에 올릴 예정. 이효리는 진심으로 멋진 사람이다. 하나 더, 강아지를 유기하는 사람은 천벌을 받아야 함.
8. 올해의 영화: 헤어질 결심
처음 보고 나서는 별로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생각할수록 점점 더 좋아졌다. 그래서, 이후 계속 좋다고 하고 다니는데, 처음 본 소감을 이야기할 때 함께 있던 친구가 계속 처음에는 별로라고 했다고 지적해서 난처함.
9. 올해의 책: <한 여자>, 아니 에르노
다른 작가들의 글과 달라 좋았다. 하지만, 그 이후 연달아 읽었던 <부끄러움>은 그냥 그랬다. 사실 둘 다 비슷했는데, 두 번째 읽을 때 좀 덜 신선했기 때문일 거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려면 무심한 대중들이 그 특징을 읽어낼 수 있도록 반복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다 보면 지루하고 변화가 없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하지만, 죽고 나면 또 관대해지는 대중. 예술은 역시 어려움.
10. 올해의 디바이스: 스팀덱
이것으로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음. 기다림의 아이콘인 강태공姜太公은 소일에 낚시를 선택했지만, 현세에 태어났다면 무조건 스팀덱 추천이다.
11. 올해의 예언적중: 메타의 몰락
페이스북 때부터 주커버크에게서는 시대를 읽는 비범함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음.
12. 올해의 테크놀로지: ChatGPT
평균 포함 그 이하 레벨의 펜대 굴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심각하게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온 거다.(난 이미 시작함. 근데 답이 없음)
13. 올해의 게임: 엘든링
다크소울 때부터 엘든링 까지 첫 번째 보스를 못 깨는 건 똑같음. 하지만, 그 정도만 해보고도 대단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 게임은 진정한 종합 예술인데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니까.
14. 올해의 운동: Plank with Hip Dips
더럽게 힘들다. 효과가 없다면 빼버리고 싶음.
15. 올해의 끈기: Xbox Series X 구매
점심 거르면서 선착순 구매 도전을 7번이나 했음. 나중에는 좀 열받아서 계속했던 것 같다. 그래서, 구매 성공했을 때 조금 당황했음. ‘이거 내가 사고 싶었나….?‘
16. 올해의 위기: 친구 데스크톱을 조립하는데 전원을 넣자마자 파워에서 불이 남
파워가 불량이었음. 교체받고 큰 문제없이 끝냈지만, 앞으로는 이런 부탁 안 받습니다.
17. 올해의 한심: 같은 책을 두권 구매
그것도 같은 오더에 두 권을 주문. ‘BERT와 GPT로 배우는 자연어 처리’라는 책이었는데, 아직 열어보지도 않음.
18. 올해의 앱: 네이버 지도
나 같은 길치에게는 ‘인생의 앱’일지도…
19. 올해의 유투버: 생활코딩
목소리가 너무 좋다. 근데 말 좀 조금 빨리 해주면 안 되나요?
20. 올해의 인플루언서: 다나카
튀르키에즈 르세라핌 편 꼭 보시길. 여기서 처음 봤는데, 일본사람인 줄 알았음.
21. 올해의 역병: 코로나
안 걸릴 줄 알았는데, 결국 삼 년 만에 걸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