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연결된 것에는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 이어지는 것이 시간이어도 좋고, 장면이어도 좋다. 단편적인 지식이어도 좋고, 그 시대의 유행이어도 좋다. 삶이어도 좋고, 죽음이어도 좋다. 이러한 스토리는 장편 소설 안에도 있고, 손바닥만 한 그림에도 있다. 무언가에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이며, 삶과 죽음만큼의 거리를 가진다. 스토리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 이상이며, 무엇을 전달하려는 명확한 의도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고민이 담긴 서사적 연결체다. 

일반인과 작가의 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라는 고민의 존재 여부다. 그 주체는 고고한 철학적 관념일 수도 있고, 단순한 설명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메시지가 존재한다는 거다. 단순히 문장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과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며 눈덩이를 굴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전자는 리딩이 끝나면 바로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후자는 가슴에 턱 하고 놓여 이후에도 계속 꺼내어 보고 싶어 진다. 비단 글뿐만이 아니다. 그림도, 일도, 여행도 모두 마찬가지다. 스토리가 있다는 것은 처음과 끝이 있고, 그것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길은 직선이거나 혹은 한없이 구불구불할 수도 있고, 혹은 시간의 메타포일 수도 있다. 그것은 무엇이든 좋다. 하지만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그 길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계속 생각하고, 한번 더 살펴보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 쉽게 할 수 없다. 그것은 특수한 능력이며, 해본 적이 없다면 평생 못할 수도 있다. 그건 확실하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스토리를 제시하는 모든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혹은 무언가에서 스토리를 찾기 위해 시간을 들인다. 말하고 있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어떤 것들은 바깥으로 그 이야기가 드러나고, 어떤 것들은 작품 뒤 혹은 과정 안쪽에 숨겨져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가치 있는 것들 중 그것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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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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