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운동 루틴을 시작한 지 어느새 칠 년 차가 됐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바야시 히로유키의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였는데, 제목이 바로 내용의 요약인 책.(읽을 필요 없다는 이야기)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죽기 전까지 계속 걷고 싶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걷고 싶은데 못 걷는 건 조금 슬플 테니 ‘스쾃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스쾃 10개씩 다섯 세트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자세를 제대로 하면 꽤 어렵긴 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그 이후 다른 운동을 하나씩 더해가며 루틴을 만들어왔는데, 지금은 한 너 다섯 가지 정도의 운동이 믹스되어 있다.
특이한 건 – 내가 뭔가를 진득하게 하는 성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 하루도 건너 뛴 적이 없다는 거다. 여행을 가도, 출장을 가도, 몸이 아파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루틴을 돌았다. 7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니 놀랍다. 내 이야기가 아닌 것만 같다. 어쨌든 코로나에 걸려서 아침에 침대 안쪽으로 몸이 계속 가라앉을 때도, 자전거를 타다가 자동차에 받혀 응급실에 끌려간 다음 날에도, 유튜브를 보며 걸어가다가 넘어져서 발목고정대를 하고 다닐 때도 루틴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자세를 제대로 하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이를 악물고 회차는 모두 채웠다.
위의 이야기를 보면 세상 지독한 사람 같아 보일 텐데, 사실 이것 말고는 평생 뭔가를 진득하게 해 본 적이 없다. 뭔가를 해야 한다고 계획하는 성격도 아니다.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사는 편. 그래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이 아침 운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통을 참는 것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아마 그것이었다면 벌써 그만두었을 거다. 애초에 ‘운동을 해서 복근을 만들고 싶다’ 같은 목표는 없었다. 단지 책에서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쾃을 해야 한다길래 그래볼까 했던 것뿐이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 정신이 몽롱해서 뭔가를 판단할 수조차 없을 때 조건반사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정신이 돌아오면 매번 ‘아.. 너무너무 하기 싫었다.’ 하게 되지만, 이미 해버린 걸 어쩌나?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꽤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별것 아닌 루틴을 한번 나열해 보자면,
먼저 중형바벨을 사용해서 한 세트 40번씩 각각 다른 자세로 네 세트를 돈다. 이때는 뇌가 각성 전이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없고, 힘든 것도 잘 모른다.
다음은 스쾃을 25개씩 네 세트 한다. 자세를 제대로 하면 점점 정신이 맑아지면서 여기서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스쾃이 끝나자마자 플랭크 2분 한 세트, 1분 한 세트를 수행한다. 서있다가 엎드렸으니 우선은 형편이 나아졌다고 자기암시를 해보지만 자세를 취하자마자 지옥문 앞에 선 것 같은 기분은 어쩔 수 없음.
다음은 플랭크 힙 트위스트 40개다. 너무 힘들기 때문에 힙의 왕복이 한 개가 아니라 한쪽만을 한 개로 친다. 그렇게 생각하면 두 배 이익인 것 같아서 참을만하다. 말 그대로 러키비키다. 왠지 장원영도 40개(사실은 20개)를 할 것 같다.
팔 굽혀 펴기는 20개만 한다. 여기까지 오면 20개도 너무너무 힘들다. 하지만 끊지 않고 하게 된다. 멈추면 오늘 운동은 여기서 끝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너무 피곤해서 바닥에 눕는다는 느낌으로 다시 트라이셉 딥 Tricep Dip 20번. 정신이 혼미하기 때문에 누워서 쉬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둔근 킥백 Glute Kickback 양쪽 각 50번씩으로 마무리한다. 이때는 대부분 화가 나 있다. ‘대체 50번은 무슨 근거야?’ 하면서 40번을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정신이 말짱한 지금 생각해도 왜 50번으로 정했는지 알 수가 없음.
막상 해보면 생각보다 견딜만하니 여러분도 꼭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