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예산이 많이 남아서 동호회 티셔츠를 제작하려고요.’
하며 볼링 동호회 셔츠용 디자인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오는 친구.
‘퀄리티가 아주 높을 필요는 없어요!‘
사실 아주 높은 퀄리티로 그릴 실력도 안 된다.
‘그냥 한번 물어보는거에요. ^^‘
그런가요?
‘티셔츠 색깔은 어떤 것으로 하는게 편하세요?’
아..아앗. 고수다.
이후 대충 작업해서 드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며칠 전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메시지.
스타벅스 상품권이 도착했습니다
어머. 이게 뭐지?
‘동호회 사람들이 고맙다고 드리는거에요!’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상품권을 받은 다음부터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심지어는 일도 잘 안됐다. 그 정도 퀄리티로 이런 상품권을 받아도 되는 건가? 좀 더 성의를 보여야 하는 건 아닐까? 티셔츠가 너무 귀엽기만 한 건 아닐까? 볼링 핀도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강아지가 너무 매가리 없지 않나? 사람들이 이 티셔츠를 입을 때마다
‘휴, 디자인이 너무 심심하잖아. 디자인 덕에 오늘 하루도 심심하겠어.’
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심지어는 동호회 로고도 너무 성의 없어 보였다. 그래서,
다시 작업했다.
뒤쪽에 넣을 로고도 그렸다.
그렇게 티셔츠 위에 이미지들을 올리다보니 나도 만들고 싶어졌다. 이제 날씨도 추워져서 집에서 입을 맨투맨이 필요하기도 했음(논리적).
어제 배송되어 온 나만의 맨투맨. 귀엽다. 당신의 의견은 듣고 싶지 않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