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가 좋다
아우터를 입지 않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날씨다. 작년 이후 겨울과 새해를 지나기까지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는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옛말대로 시간은 그것을 무디게 만들어 주더라. 잊을 것은 잊고, 버릴 것은 버린다. 기억해야 할 것은 간직하고 앞으로 한걸음 나아간다. 그렇게 뭔가를 뒤로 하고 다른 국면으로 진입하기에 딱 알맞은 날씨다. 아직 과거 속에 웅크리고 앉아있을지라도 ‘이제 극복하고 있구나’ 하고 착각하게 만들어버릴 만한, 어제와는 너무나 다른 날씨. 다시 맞이하는 새로운 세상 같고, 처음 착륙하는 은하계 너머 별세계 같은 날씨다. 바야흐로 봄이다.
자전거를 끌고 나오면서 오늘을 Coldplay의 Viva La Vida로 장엄하게 시작할지, T-Square의 Sunnyside Cruise로 활기차게 맞이할지, Forrest Nolan의 Sinatra로 잔잔하게 열지 고민이 됐다. 이런…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있을까? 랜덤플레이라는 구시대의 유물 같은 기능이 AI가 지배하는 요즘에도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 말이다.
안 돼요 끝나버린 노래를 다시 부를 순 없어요
모두가 그렇게 바라고 있다 해도
더 이상 날 비참하게 하지 말아요
잡는 척이라면은 여기까지가 좋을 것 같아요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가 흘러나온다. 어지간히도 많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긴데, 브로콜리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도입부 기타는 세상의 여러 곡 중에서 가장 애처롭다. ‘가장 신나는’, ‘가장 멋진’, ‘가장 슬픈’ 곡을 물어보면 모두 꽤 고민하게 될 것 같은데, 애처로운 곡 만은 바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 분위기는 도입부 기타 솔로의 공인데, 그러고 보면 기타를 못 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슷하게 ‘유자차’를 들으면 노래를 꼭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 (나는 브로콜리너마저를 아주 좋아함)
어젯밤에 새롭게 릴리즈 된 ‘폭싹 속았수다’의 9~12화를 모두 보고 잤다. 모두 봤으니 잠을 잤다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 카페인을 끊고 나서는 거의 폐인처럼 집에서는 잠만 잤는데, ‘폭싹 속았수다’는 카페인보다도 독한 드라마였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이 드라마, 보면 볼수록 인생드라마가 될 것만 같음. 그건 그렇고, 아이유가 연기하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잘하는 사람이 다 잘한다는 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그림도 잘 그리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기획을 잘하는 사람이 이행도 잘하고, 개발을 잘하는 사람이 설계도 잘한다. 물론 처음부터 다 잘한다는 건 아니고, 다른 것을 배워도 그 센스와 기본 능력으로 이내 보통 사람들보다는 잘하게 된다는 거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고 그냥 아이유를 칭찬하라고요?
아이유는 참 대단하다.
무자식이 상팔자라고 생각하지만, 아이유 같은 딸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나한테 돈을 아주 많이 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