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만들어 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네. 저 혹시 어제 친구와 크게 싸웠는데,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제대로 대꾸를 못해줬거든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그런데, 멋지게 쏘아붙여 줄만한 두줄 정도의 문장 좀 구매할 수 있을까요?’

‘네 물론 가능합니다.’

‘그 정도면 비용이 얼마 정도 하나요?’

‘가격을 책정하려면 몇 가지 추가 정보가 필요합니다. 우선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될까요?’

‘충격 이라면요?’

‘예를 들면, 메시지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걸어올 정도 라던지, 아니면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느끼고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던지, 그냥 ‘흥, 짜증.’ 정도의 반응 정도면 되는 건지 알려주시면 돼요.’

‘아 그런 내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나요?’

‘그럼요.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가장 비싸거든요.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아 그렇구나. 그러면, 너무 화가 나서 바로 전화를 걸어올 정도로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문장 안에 비속어를 사용해도 되나요?’

‘그런 것도 관련이 있어요?’

‘네네, 비속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 비교적 쉽게 화가 나는 문장을 만들 수 있으니 가격이 저렴해집니다.’

‘음. 그래도 비속어는 쓰지 말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메시지로 발송해드릴까요? 아니면, 문장을 듣고 받아 적어가시겠어요?’

‘그건 또 뭐죠?’

‘문장을 듣고 받아 적어 가시는 것이 약간 저렴합니다.’

‘그러면, 그걸로 해주세요. 어렸을 때 받아쓰기는 잘 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오래 기다리셨어요. 테이블 옆에 놓여있는 펜과 포스트잇을 사용하셔서 적어가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 한 번 불러드립니다. 잘 받아 적어 주세요.’

‘네? 한 번이요?’

‘네. 여러번 반복하는데는 추가 요금이 있어요.’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그래서 보통 메시지로 받는 것을 선호하십니다.’

‘한 번에 제대로 받아쓰지 못한 경우에는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메시지로 선택했겠죠!’

‘지금 변경하실 수 있어요. 대신 수수료가 붙습니다.’

‘아니 수수료는 뭐예요?’

‘제가 이미 문장을 말로 하기 위한 준비를 완료했거든요.’

‘아니, 준비하는데 비용이 들만한 게 대체 뭐가 있는데요?’

‘이미 준비실에서 서너 번 연습을 완료했고,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감정도 추스른 상태거든요.’

‘참 내. 어이가 없네. 그냥 그 문장을 당신에게 써야겠어!’

‘손님. 받아 적은 문장은 재활용하실 수 있으니 그래도 적어가세요.’

‘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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