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름으로

지디도, 잔나비도.. 아니, 카리나면 다 되는 줄 아나?

하지만 하루 종일 잔나비의 ‘사랑의 이름으로!’를 듣고 있는 중.

찾아온 사랑과 
그를 둘러싼 어둠과
발재간을 부리던 작은 춤
그러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도 날 사랑하는
이 시절을 기억해
그리 길진 못할 거야
사랑의 이름으로

곡을 나누어 갖는 일반적인 피처링과는 다르게 그녀의 목소리는 톤다운 되어 메인 보컬의 아래쪽에서 보일 듯 말 듯 들릴 듯 말 듯 성실하게 받쳐주기만 한다. 먼저 녹음된 최정훈의 보컬트랙을 따라 숨도, 밴딩도, 끄는 음도 그대로 따라간다. 마치 그림자 속에 숨듯,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걷듯… 그런데 그게 너무 좋아서 계속 듣게 된다. 

그녀의 목소리는 투명하고, 성실하다. 여리고, 가슴 아프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메인 보컬을 넘어 내 가슴에 와 쿵 하고 떨어진다. 니어필드 공간에 악기와 목소리들을 이렇게 신경 써서 배치해 준 믹싱 엔지니어에게 찬사를 보냄.


어제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했고, LA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인공지능의 득과 실은 가늠하기 힘들고, 모든 사업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도 어렵다. 인류는 지금 진정으로 괜찮은 걸까?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에는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우린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해야 했었으니까. 이 곡의 가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복잡한 사회의 메커니즘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사회인에 한발 다가섰지만, 난생처음 목줄이 풀린 강아지처럼 그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성에게 말을 붙이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때, 나는 이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다정함이라는 건 아주 기분 좋은 것이고, 사랑이라는 건 그것의 극대화된 경험을 맛볼 수 있는 기회라는 걸 말이다.

그때의 사랑은, 지금 생각해 보면 카리나 목소리 같았다. 덤덤하면서도 애잔하고, 선명하면서도 사라질 것만 같은 그때의 기억. 대규모 언어모델이 AGI를 넘어서고, 결국은 대규모 행동모델로 진화하게 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며, 또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걸까? 그건 바로 따뜻한 체온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간의 다정함이 아닐까? 

단순함이라는 건
진리의 가장 앳된 얼굴
굴하지 않는 미소는 우리의 자랑이니까
다정함이 깃들기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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