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나를 쿨하게 만드는 음악
요네즈 켄시의 ‘IRIS OUT’은 애니메이션, ‘체인소맨:레제편’의 OST 삽입곡이다. 옛날에 아이유가 어딘가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많이 듣는 곡이 뭐냐는 질문에, 선우정아의 ‘봄처녀’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이 곡을 들으면 내가 쿨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는데, 요즘 내게 ‘IRIS OUT’이 딱 그렇다. 그냥 집에 가는 중인데도 세상 사람들을 모두 등져버리고 쿨하게 저벅저벅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것만 같다. 그냥 그렇다고…
골절
주말이 되자 누워 있어도, 앉아 있어도, 숨을 쉬어도 아파서 바로 병원에 다시 갔다. 의사가 이전과는 다르게 엑스레이에서 뭔가가 보인다고 초음파로 상세히 살펴보잔다. ‘침대에 옆으로 누워서 옷을 들어보세요’하더니 차가운 젤을 겨드랑이부터 옆구리까지 철벅철벅 바르는 의사. 그냥 초음파 기기 끝에만 묻히면 되는 거 아닌가? 너무너무 춥고 아파 죽겠는데, ‘여기에요. 이렇게 흰 부분이 뼈인데 어긋나 있죠?’ 한다. ‘네네. 그렇네요.’ 하고 대충 대답하고는 젤을 닦으려는데, ‘잠시만요. 몇번째 갈비뼈인지 알아야죠’하며 어깨 밑부터 초음파기기를 밀고 내려가면서 ‘첫번째’, ‘두번째’ 하며 카운트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번 왔다갔다 하더니 ‘아 이게 원래 좀 헛갈려요. 지금 네번째 갈비뼈, 혹은 다섯번째, 아니면 여섯번째 갈비뼈가 골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하고 어물쩡 넘어가는 의사. 제대로 세지도 못할꺼면서… 어쨌든 결과는 ‘골절’. 하지만 의사는 해줄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타박상이면 이주일 아프고, 골절이면 한달 아픈 거란다.
초음파 비용 십만원만 더 내시면 돼요
뭐래.
서재 결혼시키기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읽기를 끝냈다. 오랜만에 만난 지적능력 상위 5% 인류의 일상 엿보기에 일주일이 행복했다고 할까?
3주 전 즈음 광진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지금 연체 중) 그때 검색은 되는데 서가에 없길래 사서司書에게 물었더니, 이 책은 지하창고에 있다는 거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고 씩씩하게 내려간 그녀는 – 지하 서가가 중세시대 용이 출몰하는 던젼쯤 되는 건지 – 도무지 올라올 기미가 안 보였더랬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려 받은 ‘서재 결혼시키기’는 잠자는 용의 뒷다리에 눌려있었던 것처럼 낡아빠지고 먼지가 풀풀 났다. 그래서 더 정이 갔나? 아니면 내가 더러운 걸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음.
임장
친구들과 저녁을 먹는데, 한 친구가 요즘 임장을 다니다가 낙찰에 성공한 이야기를 꺼냈다. 매번 흘려듣다가 상세히 들어보니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낙찰에 성공한 빌라에 지금 부부가 살고 있는데(물론 불법임) 이들을 퇴거시키는 일까지 해야 한다는 거다. 당연히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녹녹지 않음. 와이프는 자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남편과 이야기하라 하고, 남편은 배 째라 식으로 내년 삼월까지는 나갈 일이 없다고 했단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그들에게 엄포를 놓으러 간다는 그녀. 마치 드라마 같은 상황이다. ‘같이 가줘요’하고 옆의 친구가 헛소리를 하길래 나는 입도 못 뗄 것 같다고 했더니,
프로젝트 때 업체 PM에게 하시던 대로 하면 돼요
한다. 아 그런 거니? 아쉽게도 나는 지금 갈비뼈도 골절 상태이고…
저녁식사
작년에 모시던 부사장님과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했다. 계속 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안 닿았었는데, 거의 십일 개월 만에 다시 뵙게 된 거다. 같이 일할 때 엄했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내겐 늘 친절한 아버지, 형처럼 대해주셨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봤지만 그리고 싶은 그림이 확실하게 있던 유일한 분. 그런 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그 길을 가는 걸 도울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가득하다.
그런 무거운 짐을 이제 조금은 덜어낼 수 있게 된 부사장님은 이전보다 여유 있고 건강해 보였다. 다들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이어가는데 ‘알지? 나는 신데렐라여서 9시면 집에 가는 거?’하시는 어르신. 신데렐라는 여자고, 그녀는 자정에 집에 간다. 하지만 나는 ‘신데렐라 왕자는 9시에 마법이 풀린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처럼 미소 지으며 자리를 정리했다.
건강하시고 다음에도 꼭 또 봬요
연말연시
올해는 뭔가 일이 많았다. 내 인생에 이렇게 다이내믹한 한 해도 있구나. 어제 친구 하나가 팀즈에 ‘연말 분위기 내시고 싶으신 분들 바탕화면에 작은 트리 하나 설치하세요~’라며 ‘크리스마스트리. exe’ 파일을 보내줘서 알게 되었다. 격랑激浪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결국 한 해의 끝자락 앞까지 왔다는 것을 말이다. 매년 문을 닫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봄을 맞이했지만, 올해는 닫힌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을 것만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