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럽다
딱 그 말 그대로다. 어제는 완연한 봄이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전혀 없을 날씨였다. 길을 걸을 때 찬 기운이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평년보다 10도가 높은 기온이라니 말 다했지 뭐야. 그런데 오늘 아침은 뭔가 좀 달랐다. 어제처럼 온화한 날씨임에는 변함없었다. 그런데 마치 비가 쏟아지기 직전처럼 창 밖이 어둡다. 이건 전혀 아침 아홉 시의 밝기가 아님. 카페에서 밖을 내다보면 봄비라도 내리고 있나 착각할 정도다. 아스팔트도 마치 봄비를 맞은 것처럼 짙어져 있다. 뭔가 큰 것이 오기 직전,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 같은 날씨. 마치 지구가 멸망하기 한 시간 전 같다고나 할까? 제발 아니길 빈다.
노량진수산시장 전라도
노량진수산시장을 아시는지? 물론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그곳은 수산시장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엄청나게 큰 건물 내부에 있다. 나같이 길도 잘 모르고 남에게 묻기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인데, 대체 어디가 시장이라는 건지… ‘초가집’이라는 문패가 달린 ‘기와집’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또 그 건물 안은 나름 시장 같은 분위기다. 우리는 ‘전라도’라는 매장에서 게를 구매했는데, 이름하여 ‘노량진 수산시장 전라도’. 내 두뇌는 이 이름을 용납할 수가 없었는데, 나만 그런가? ‘노량진 전라도’라니, ‘만약 option=”True”라면 “이름 삭제” 및 “이름 변경”을 수행하시오’ 뭐 대충 이런 느낌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먹는 게 피곤
혹시 먹는 게 피곤하다고 느낀 적이 있으신지? 나는 게를 먹을 때면 늘 피곤하다. 비닐장갑을 낀 채로 게 다리를 들고 껍데기를 들춰 이곳저곳에 붙어 있는 실 같은 살을 찾아 먹어야 하는 게 그렇다. 혹시 남아있는 살은 없는지 껍데기를 들추고 손질이 안되어 있는 부분은 더 잘라보기도 해야 한다. 비닐장갑이 내 손에 딱 맞는 것도 아니라 디테일한 작업도 불가능하다. 대충 발라낸 살이 묻어 있는 비닐장갑을 입 근처로 가져가서 핥아먹다 보면 입 근처에 묻기도 하고, 장갑을 벗기 귀찮아서 그대로 계속 먹다 보면 내가 인간인지 짐승인지 분간도 안 간다. 그렇게 하나를 다 먹고 나서 앞을 보면 그런 다리가 수개가 더 남아있음. 몸통을 먹을 때는 더 힘든데, 잘 발라내어지지도 않아서 입으로 뜯다 보면 플라스틱 같은 껍질이 입속에서 살과 함께 놀게 된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는 섬세한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입 안에서 혀로 그 껍질을 발라낼 수밖에 없다. 어휴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도 너무 피곤하지 않나요? 물론 맛은 있음.
멜론
이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듣는다. 이전 유튜브뮤직 사용 때와는 음악을 듣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는데 그게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거. 유튜브뮤직은 특정 음원을 재생시키면 이후 해당 음원과 비슷한 음원들이 이어 재생된다. 반면에 멜론은 기존 플레이했던 음원들이 플레이리스트에 차곡차곡 쌓이고, 특정 음원을 재생시키면 이후 해당 플레이리스트의 음악이 순차적으로 플레이된다. 물론! 유튜브뮤직도 플레이리스트를 사용할 수 있고, 멜론도 특정 음원에서 비슷한 음악 믹스업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서비스를 디폴트로만 사용하는 게으른 나는 멜론을 사용하게 되면서 듣던 음악만 주야장천晝夜長川 듣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얼마 전 새로 출시된 특정 뮤지션의 앨범을 통째로 들어봐야지 하고 의욕적으로 플레이시킨 적이 있는데 – 생각보다 아주 별로였음 – 이후 계속 그 앨범이 플레이되는 바람에 음악을 안 듣게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언더커버 미스홍

요즘 본방사수하는 드라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본방사수를 하고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놀라움. 드라마의 구성도 촘촘하고 정답으로 다가가는 서사도 다이내믹하지만, 무엇보다도 홍장미라는 직진형 정의파 캐릭터가 마음에 든다. 똑똑하고 정의감 넘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그녀는 마치 직진하는 설국열차 같다. 물론 일반 사회에서 그런 캐릭터가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를 보며 나도 끝까지 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비자금을 훔친다는 건 아님. 그건 그렇고 고경표는 입금 전과 후가 어쩜 이렇게 다르지?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