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앉아있다가 무언가를 충전할 일이 생겼다. 그것의 전원을 연결하려고 오랜만에 벽의 매입형 콘센트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그림처럼 덜렁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수년 전 집수리를 할 때 마무리를 제대로 못한 모양이다. 세상은 엉성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지금 인테리어 시공자에게 연락해서 매입형 콘센트 시공이 부실했다고 따질 수는 없다. 삼 년이 지났고, 밤이 늦은 것도 있지만, 나는 시공사 이름이나 전화번호조차 모르는 것이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내 입으로 이야기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손재주가 꽤 있는 편이다. 게다가 저렇게 벽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콘센트를 그대로 놓아둘 수 있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 하지만 수년동안 그것을 알아채지는 못하는 성격 – 마음이 조급해졌다.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요즘 며칠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저것이 아니어도 잠을 못 자는 상황이란 말이다. 커피를 다시 끊던가, 매입형 콘센트를 벽에 고정시켜야 한다.(뭐래)
우선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콘센트에 가려진 벽 안쪽 영역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아무리 핸드폰 라이트로 비춰봐도 묘한 그림자 때문에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 게다가 이 콘센트는 벽과 콘센트 사이에도 디자인을 고려한 중간 덮개가 존재해서 더 걸리적거렸다. 유튜브를 뒤져봐도 대부분 나사를 연결하는 콘센트와 콘센트 덮개만 있을 뿐이다. 대체 이런 건 어디서 산 거야? 거지 같음.

대충 구조를 파악한 나는 나사를 체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중간 덮개 때문에 벽의 나사 구멍이 절대 안 보인다. 감으로 대충 방향을 잡고 돌려도 대부분 바깥쪽으로 비켜나가 헛돈다. 제대로 보려고 콘센트를 앞쪽으로 당기면 벽의 나사구멍이 희미하게 보이는데, 체결하려고 다시 콘센트를 벽 쪽으로 밀면 사라지는 나사 구멍. 실패를 30번가량 하다 보니 짜증이 솟구쳐서 욕이 절로 나온다.
이 구조를 설계한 사람을 찾아가 대면하고 싶었다. 내 불면증을 나눠주고 싶었다. 손가락에 눈이 있거나 콘센트를 투시할 수 있는 종족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이 콘센트를 벽에 고정시킬 수 있을까?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뭔가 다른 신박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런 것이 존재할 만큼 복잡한 구조도 아니다. 그냥 나사 구멍과 나사가 있을 뿐이라니까! 그런데 나는 한 시간째 나사 하나도 체결 못 하고 있는 것이다.(나사는 두 개) 갑자기 애플 워치의 알람이 울린다.
‘당신의 HRV(심박 변동성) 수치가 낮아 몸이 긴장상태에 있습니다‘
스탠퍼드 신경외과 교수인 로버트 사폴스키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의 재생산이 인간의 특성이며, 이런 과도한 스트레스 상태의 지속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스트레스 호르몬)’에 노출되게 하여 여러 신체문제를 발생시킨다고 했다. 내가 지금 바로 그렇다.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편히 잘 수 있다. 그래야 운동하다가 다친 다리도 나을 것이다.
먼저 시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유튜브에서도 본 적이 없는 중간 덮개를 과감히 니퍼를 사용해 와작! 잘라버렸다. 이때 약간 스트레스가 풀렸고, 동시에 시야도 확보가 됐다. 체결하며 들여다보니 나사가 나사구멍보다 작아서 헛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지? 정신 나간 시공업자 아닌가? 구멍과 호환도 되지 않는 나사를 걸쳐만 놓았던 거였다. 그때 실실 웃던 모습이 떠 올랐다. 호환 안 되는 나사로 시공한 것을 들키지 않은 게 즐거웠었나? 왠지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이었다. 무선 연결도 안 되는 보일러를 달아놓고 말이야.(그런 보일러를 달아 달라고 하지도 않긴 했음)
‘헛도는 나사 구멍에 나사를 고정시키는 방법’
올바른 검색어를 생각해 내는 것은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개인의 역량이자 미덕이다. 검색된 유튜브 클립에서는 엄청난 인테리어 경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 같은 덩지 큰 아저씨가 싱긋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구멍에 케이블타이를 넣고 나사를 조여 보세요. 안 될 것 같죠? 그런데 보세요. 고정되죠?’
영상에서는 물론 고정이 잘 됐다. 하지만, 나사를 체결할 때 구멍의 존재를 볼 수 없는 내 현실의 벽은 너무 컸다. 저 아저씨조차 지금 내 방의 콘센트를 고정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한다. 게다가 내 테이블 타이는 젠장 너무 두꺼웠다. 타이라고 하기엔 너무 그냥 플라스틱 덩어리였다. 잘 휘지도 않음. 가위로 얇게 자르려니 손가락이 찢어질 듯 아팠다. 다시 한번 스트레스 알람이 울린다. 이 정도면 벽 콘센트 체결 관련 방법론 자체를 아예 다시 정립해야 하는 게 아닐까?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대체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디는 거야? 아, 그래서 대충 체결하고 집에 간 건가!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어찌어찌 결국 이상한 방법으로 고정을 했다는 이야기.
물론 잠은 제대로 못 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