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취미가 가치로 돌아올 때

옆파트 친구가 갑자기 내게 말했다.

‘감쪽같죠?’

뭐지? 뭐가 감쪽같은 거야? 마치 ‘오빠 나 오늘 달라진 거 없어?’라는 질문을 들은 모쏠남자처럼 멍하니 서있던 내게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안경이요. 감쪽같죠?’

안경을 새로 샀나? 안경이 달라진 건가? 아니 근데 애초에 이 친구가 안경을 썼었나? 그것조차 헛갈린다. 다른 사람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내게 이런 질문은 마치 고등수학 문제 같다니까. 정신 차려야 돼. 질문을 먼저 도해圖解해보자. 안경이 달라지거나 새로 쓰게 된 것을 이야기하는 건 확실히 아니다. ‘감쪽같다’는 건 이전과 상태가 달라졌지만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잖아. 논리적으로 보면 이 친구는 이전에도 안경을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안경도 아니다. 확실한 건 예전 그 안경에 어떤 미세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 자신은 인지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변화, 그걸 찾아내야 돼! 우선 평범한 정답을 먼저 던져 시간을 끌자.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이는데?’같은 안전한 정답. 그리고 그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이 친구는 내가 그 미세한 변화를 찾아내길 바라는 것 같지는 않거든.

‘어. 진짜 감쪽같은데?’

거짓말은 아님. 뭔지 전혀 모르겠으니 말이다.

‘히히. 이 안경 브리지 부분이 부러졌었거든요. 그걸 제가 순간접착제로 붙였어요.’

그러고 보니 코다리 부분에 살짝 실금이 보인다. 하지만 거의 티가 나지 않아서 ‘정말 잘 붙였는데?’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어떻게 저렇게 섬세하게 작업할 수 있었을까?

‘제가 어렸을 때부터 프라모델 조립을 많이 했거든요. 사실 요즘도 하고 있어요.’

이 친구는 나와 취미가 꽤 비슷하다. 프라모델 조립은 나도 정말 좋아했었다. 잘라낸 부분을 다듬고 접착제를 사용해 붙인 후 사포로 표면을 고르게 한다. 그리고 에나멜로 색을 칠한다. 매번 부모님을 졸라서 커다란 프라모델을 사서는 하루 종일 그걸 조립했었다. 어떤 프라모델은 가슴부위를 열면 내부의 엔진구조가 보이거나 하는 것도 있었지. 마치 내가 이 로봇을 설계한 과학자가 된 기분이랄까.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는 시들해졌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걸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대체 이 친구의 집중력은 어디까지인 거야? 믿을 수가 없었다. 

‘조립한 것들은 모두 거실의 장식장에 전시해두고 있거든요.’

흐뭇하게 이야기하는 그 친구. 이건 정말 엄청난 인격을 보유한 사람일 수밖에 없잖아? 물론 그 친구의 와이프 이야기다. 어쨌든 그는 그 취미 덕에 부러진 안경을 감쪽같이 붙일 수 있었다. 친구는 집에 가서 사포로 섬세하게 문지르고 비슷한 색깔의 에나멜을 발라서 더 감쪽같이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나도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북돋워줬다. 

‘프라모델이 취미여서 다행이에요!’

삼십 년이 넘게 프라모델에 매진했는데 이제야 부러진 안경 하나를 감쪽같이 붙일 기회가 생긴 거다. 이 취미가 얼마나 효율적인 투자였을지 나는 잠시 생각해 봤다. 저 친구가 안경을 책상 위에 두고 자리를 비울 때마다 가끔 안경다리나 코다리를 부러뜨려 줘야 하는 걸까? 한 삼십 번은 더 붙여야 수지가 맞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건 그렇고 만약 내가 안경 코다리를 감쪽같이 붙여버린다면 저 친구의 삼십 년은 어찌 되는 걸까?

자기가 좋으면 됐지 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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