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9 일기

아리아나 그란데의 신곡, ‘hate that i made you love me’를 좋아해서 한참 돌려 듣는 중이다. 그녀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고, ‘hate that…’에서는 기존 그녀의 곡들과는 또 다르게 한층 성숙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곡은 아리아나의 각 차트 별 통산 9번째, 17번째 1위 곡으로, 릴리즈 보름 만에 스트리밍 1억 회를 넘으며 올해 발매된 여성 아티스트 노래 중 가장 빠르게 1억 스트리밍을 돌파했다.

그녀는 올해 6월 위키드에 출현하며 사귀게 되었던 에단 슬레이터와 조용히 결별을 했는데, 이 곡이 그 결별의 산출물이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당연하겠지. 물론 그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일부는 에단 슬레이터와의 관계 때문에 돌아선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라고도 한다. 뭐든 일단 셀럽이면 어떤 상황도 수입으로 연결해 낼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악뮤 팬들도 찬혁은 주기적으로 연인과 결별했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런 샐럽의 생활이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도 ‘hate that i made you love me’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같은 곡은 계속 계속 만나보고 싶은 걸 어쩌나?


상처는 바람을 쐬어 바짝 말려야 한다는 오랜 통념을 뒤집은 것은 영국의 조지 윈터(George Winter) 박사였는데, 그는 연구를 통해 건조상황 대신 적절한 수분을 가둬두는 ‘습윤 환경’이 새살을 빠르고 흉터 없이 돋아나게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우리나라에 이 조용하고도 혁명적인 치유법이 일상으로 들어온 것은 2002년 무렵으로, 폼 형태의 습윤드레싱 ‘메디폼’이 이때 처음 약국에 등장했다. 

최근 자전거 사고로 다친 무릎 때문에 여러 습윤밴드를 사용해보고 있는데, 비슷하게 생겼지만 제조처마다 약간씩 특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움직임에 잘 떨어지는 대신 상처와 진물을 비닐하우스처럼 감싸줘서 떼어낼 때 상처가 전혀 아프지 않음. 대신 진물이 흘러내려 굳기도 하고, 옷과 메디폼의 떨어진 부분이 붙어 상처를 더 감염시키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자전거를 타도 떨어지지 않는 접착력을 자랑하지만, 상처에도 단단히 붙어 떼어낼 때 돋아난 새살 세포가 같이 딸려 떨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어떤 게 더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음. 뭐든 그냥 이제 빨리 좀 나았으면 좋겠다.


로제의 신곡 ‘new trick’은 ‘아파트’다. 아파트 아파트. 중간에 ‘아~ 아~ 아~ 아~’하는 부분이 있는데, 뒤에 ‘파트’하고 이어질 것만 같아 이상하게 기대하게 됨.


옆팀 친구가 러닝을 하다가 앞으로 넘어져서 얼굴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아윽) 바닥에 심하게 갈려 며칠 동안 출근을 못하고 있단다. 무리만 안 한다면 러닝은 꽤 안전한 운동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나는 엄청난 N이어서 그런지 저 이야기를 들은 직후부터 계속 그 친구의 사고 직후 얼굴을 그려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상처를 못 보는 성격이라 그게 너무 피곤하다. 뭔가 금지된 문서를 들춰보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자꾸 떠올리게 되는데, 매일 무릎 드레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상 속의 그 장면이 엄청나게 디테일해서 더 힘들다.

이 사고 이야기를 했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내 친구의 친구는 당근에서 킥보드를 사서 테스트하러 나갔다가 죽었대’한다. 그걸 들은 다른 친구는 ‘친구 아는 사람의 딸이 등교했다가 죽었대. 교실 벽이 무너졌거든’한다. 아니 교실 벽이 무너지는 게 말이 되나요? 그 친구나 나나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 것만 같은 상황이다. 세상은 이렇게 죽음으로 가득 차 있으니, 모두 살아있다는 엄청난 행운을 조금이라도 누려보면 어떨까? 마침 가을이어서 날씨도 좋으니 말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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