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책

집이 아닌 곳에서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늘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뜬다. 어제 이곳, 동화컬처빌리지에 도착했을 때만 만해도 이곳이 이렇게 예쁜지 잘 잘 몰랐다. 짐을 놓고 하루 종일 회의실에 틀어박혀 있어서 그랬을 거다.

완연한 가을이지만 ‘이제 곧 겨울이 올 거야’하는 생각으로 불안불안 즐기지도 못했다. ’11월이니 곧 추워지겠지’ 하며 날씨와는 상관없이 무거운 옷을 입고 집을 나서다 보니 더 그랬나 보다.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바깥으로 나오니 주변은 서늘한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숙소건물 앞에 보이는 운무가 가득한 호수는 마치 새털구름이 가득한 하늘 같았다. 싸늘하지만 이건 가을 아침이다. 며칠만 지나면 숨은 흰 입김으로 변하겠지. 큰 숨을 몇 번 들이마시고 내쉬었더니 가슴 안쪽도 서늘해진다.

숙소 건물 사이에는 호수와 주변 정경이 마치 그림처럼 보이는 휴식공간이 있는데, 너무 예뻐서 한동안 그 자리에 계속 서있었다. 재떨이만 없었으면 금상첨화였을텐데 말이다. 모던하고 심플한 건물들을 적당한 거리로 배치하니 그 사이에 아기자기한 통로가 생긴다.

한 십 년 전 즈음 독일의 바우하우스를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던한 건물들이 적당히 배치되어 있는 모습이 주는 안정감에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건물 내부도 꼭 필요한 공간들이 오밀조밀 배치되어 있었다. 군더더기는 하나도 없다. 집이나 건물은 화려함으로 한 번의 시선을 끄는 것보다는, 그 공간에 사람이 머무는데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마치 자연에 서있는 것처럼, 자연을 거니는 것처럼,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곳이 좋았다. 적당한 높이의 계단, 적당한 크기의 공간, 딱 적당한 빛이 들어오는 창.

워크숍 장소인 이곳에서 그때의 기분이 떠올랐다. 오래전 기억이니 공간의 효율적 구성에 대한 데자뷔보다는 내가 오늘 조금 여유가 있나 보다 하는 생각. 천천히 주변을 산책하니 내 몸속의 배터리가 조금씩 충전되는 느낌이다. 

건물 입구 쪽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니 문 하나 폭의 건물이 있다. 그리고 그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웰컴센터’라고 작게 쓰여있는 문. 화려하고 큰 웰컴센터는 좀 부담스럽다. 왠지 멀찌감치 돌아가고 싶은 마음. 그런 곳들은 앞에만 다가가도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어서 들어오세요’ 하는 건물. 열린 문쪽을 바라보는 직원들. 하지만 이 건물의 웰컴센터는 문 앞에서 인기척을 살피게 된다. 안에 아무도 없나? 왠지 문을 살짝 열어보고 싶어 진다고 할까? 

그렇게 안이 궁금한, 왠지 들어가 보고 싶어지는 오늘 하루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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