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누가 뭐래도 기타라구요. 길을 나서는 것만으로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때 즈음이면 전 늘 Depapepe의 곡을 걸고 다녔죠. ‘Summer Parade’부터 ‘Kiss’까지.
‘바라던 바다’라는 프로가 있나 봐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난데없이 떠오른 그 방송 채널의 The Killers의 Read My Mind 커버 클립. 그런데, 더위를 내리누르는 자이로 Zairo의 Depapepe류 기타 위에 얹히는 로제의 목소리가 너무 슬펐어요. 덕분에 삼분 삼십 초 동안 쉬지 않고 업다운해대는 기타 스트로크마저 슬프게 들렸다니까요? Depapepe 이전에 이 곡을 들었다면 내게 ‘여름에 기타’라는 플레이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Read My Mind.’
어렸을 때는 누군가가 내 마음을 줄줄 읽어줄 것만 같지만, 사랑이던 그게 아니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은 없다는 걸 – 언젠가는 – 알게 돼요. 처음부터 알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실험용 쥐가 마주하는 벽마다 부딪치면서 미로를 빠져나가듯 그렇게 겨우 알게 되는 거니까. 최악이죠.
이 곡의 주인공은 아직 미로를 빠져나가기 전으로, 떠나려는 상대방에게 다시 한번 ‘Can you read my mind?’ 하고 있어요. 물론 상대는 그럴 생각도 없겠지만.
적어도 이 곡만큼은, 포항 바다 앞에서 불렀던 로제의 커버가 The Killers의 원곡보다 좋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렇게 예쁜데 음색이 훨씬 더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니.
‘Can you read my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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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이니 꼭 들어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