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고, 드라마 ‘괴물’말야

너 요즘 보는 드라마 있어? 혹시 ‘괴물’ 봤니? 안 봤다고? 부럽네. 너는 드라마 안 본다고? 잠깐 이리 와서 내 말 좀 들어봐.

우선 연기 말이야. 신하균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외 조연들의 연기까지 소름이 끼칠 정도로 멋지거든. 약간 정신을 차리고 한걸음 뒤에서 보면 ‘아니 대체 이런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지만, 일단 저들이 합심해서 연기하는 모습에 몰입하게 되면 이과 수업 십수 년으로 다져진 논리적 사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고. 역시 그런 건 주입식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니까? 어쨌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이 드라마 안에서는 사람들이 미소 짓는 모습이 꽤 자주 나오는 편이야. 그런데, 어떤 상황에서든 그 미소가 계속 마음에 걸리고, 신경 쓰이고, 마음이 불편해져.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너무 섬찟하게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 도대체 이 사람이 왜 웃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겠는 게 짜릿하다고. 

보통 이런 미스터리 추리극 형태의 드라마를 볼 때 넌 뭐해? 그래. 예측을 하잖아. 네가 형사라도 된 것처럼 말이야. 보통 다 그런다고. 머리가 좋은 사람도, 도통 생각이란 걸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까지도 다 그러면서 보잖아. 그렇게 작정을 하고 보게 되니까 구성에 논리가 조금만 부족해도 바로 그런 소리를 듣는 거야. ‘그게 말이 돼?’. 그런 소리를 듣기 싫어서 인과관계에 충실하면 또 ‘그 사람이 범인일 줄 알았다니까.’ 이래. 쉽지가 않다고. 그런데, 괴물은 1편부터 16편까지 시즌 에피소드 내내 예측도 어려우면서 논리적 비약도 거의 없는 탄탄한 스토리 구조를 유지한다니까? 작가는 편집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려놓은 떡밥을 모조리 회수하는데, 남겨 둔 떡밥에 스트레스받는 너 같은 사람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거야. 

사실 스릴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악이야. 대사 없이 표정 대치만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던가, 어둑어둑한 곳을 위험천만하게 살펴본다던가 하는 장면들이 꽤 많으니까. 그때는 음악이 반 이상 한다고. 이 드라마의 음악감독인 하근영은 적절한 B.G.M을 적재적소에 효과적으로 배치하는데 천부적인 재질이 있더라. 개인적으로 최백호 님의 ‘The night’는 BIBI의 ‘Timeless’와 함께 무게감 있는 영상 뒤에서 드라마의 분위기를 캐리한 숨은 병기였다고 생각해. 

너 유주얼 서스펙트 봤니? 되게 오래된 영환데. 응 맞아.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그거. 이 드라마에는 그 영화의 오마주 비슷한 장면들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그게 오마주든 패러디든 좀 과했다 싶긴 해. 분명히 극적이기는 한데, ‘뭐야. 얘 도야?’ 했거든.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그만 하고. 이건 다른 이야긴데 드라마를 보는 동안 신하균의 웃는 모습이 꿈에 두 번이나 나왔어. 더 웃긴 건 그때 박혜경도 나왔다는 거야. 그 ‘Rain’을 부른 가수. 둘이 웃는 게 비슷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박혜경이 좀 덜 웃었다면 엄청난 팬이 되었을지도 몰라. 아냐 디스는 아니고, 개취라고. 

어쨌든 시즌의 첫 화만 봐도 넌 끝까지 달리게 될걸? 아닐 거라고? 어디 한번 1편만 봐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멍하니 있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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