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색없는 것의 미학

슈베르트의 피아노를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야. 특히 D장조 소나타가 그래. 지금까지 여러 다양한 명피아니스트가 이 곡에 도전했지만, 그 어떤 연주도 결함을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은 없거든. 결함이 없다고 할 만한 연주는 아직 없다. 왜 그런지…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형이상학적으로 본다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이유조차 알 수 없으며, 태어난 직후부터 절대적 목적지인 죽음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수밖에 없는 존재. 어쩌면 인생의 모든 과정은 그 슬픈 결말을 잠시 잊기 위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비밀정원

다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건 알고 있었고, 이 클립을 보면서도 ‘음색이 다들 너무 좋네’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이 클립에서 곡의 마지막 아린이 부르는 파트에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게 뭔지 아직 모르는 소년은 오로지 정황적 감각만을 사용해 그 감정을 성실하게 표현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현상의 주변 데이터를 기록하는 과학자처럼, 좋아하는 곡의 영어가사를 의미도 모르는 채 발음대로 받아 적는 초등학생처럼, 소년은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상상한 것을 성실히 기록한다. 

펭귄북스 X 스타벅스

987년, 영국 성공회의 신부 테리 웨이트가 기독교와 이슬람교 세력의 내전이 벌어지는 레바논에서 억류되어 있던 인질 석방을 위한 활동을 하다가 무슬림 단체에 억류되어 약 5년간이나 포로생활을 했었다. 그때 감시요원들이 테리 웨이트의 인품에 감화되어 책을 구해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었는데,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2024-9-28 플레이리스트

왜 이렇게 오래된 노래만 듣냐고 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이 정도로 엄청난 신곡도 듣는단 말씀. SOS는 Cupid의 작곡가도 참여한 곡으로 이지리스닝 영역의 탑티어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들부들한 훅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흥얼거리게 되는 곡. 

[서평] 사서, 고생

사서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평이하게 풀어낸 글이다. 엄청난 필력의 문장이 끝없이 이어지거나, 넘치는 재미에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되는 책을 바란다면 ‘사서, 고생’은 답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글을 맛깔나게 쓰는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문장이 심심한 책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인…

소녀에서 방구석 메탈 마니아까지, Live Wire

특히 코러스의 ‘이젠 설렌 마음이…’ 부분과 오버랩되는 기타 리프는 몸속의 아드레날린을 일시에 폭파시킨다. 이 기타 리프의 공기압이라면 내 고막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누구라도 ‘내 고막이 찢어져야 한다면 단연코 이 기타 리프에 당하고 말테야.’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거라고 감히 생각한다. 

인사이드아웃2 나는 별로였음

인사이드아웃1을 내내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사람의 내면에 서로 다른 감정을 콘트롤하는 독립적 개체가 존재하고 이들의 다이나미즘에 의해 바깥으로 표출되는 감정이 결정된다는 발칙하면서도 비과학적인 상상. 그런데 그 짜임새가 너무 촘촘해서 생체 메커니즘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그 스토리에 푹 빠져 감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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