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체인 락을 하나 샀거든요
자전거용 자물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전 것은 늘 가방 안에 넣어가지고 다녀야 해서 불편했다. 가방을 바꾸면 아예 잊고 나가는 적도 많았다. 그래서 지난주에 자전거의 시트포스트(안장이 붙어 있는 쇠로 된 봉)에 거치할 수 있는 체인 락을 주문했었다.
‘그런데, 거치대를 시트포스트에 달아도 자꾸 미끄러져 내려가서요.’
새로 산 제품에는 체인 락을 고정할 수 있는 거치대가 함께 들어있다. 이 거치대를 시트포스트에 두 개의 나사로 고정하면 된다. 그런데, 내 자전거의 시트포스트가 일반 자전거의 그것보다 얇았는지 고정해도 거치대가 자꾸 흘러내렸다. 집에 있던 마분지 같은 것을 둘러 덧대고 조여도 마찬가지였다.
‘종이로는 안될 거야.’
어르신은 그렇게 중얼거리시더니 낚시 방에서 푹신푹신하고 얇은 매트 재질의 폼을 꺼내왔다. 대충 눈대중으로 슥슥 잘라 거치대에 대 보는데, 신기하게도 크기가 딱 맞는다.
‘이렇게 안쪽에 두르면 안 미끄러질 거야. 나사를 조여봐.’
나는 너트를 대고 볼트를 있는 힘껏 조였다.
‘아냐. 그렇게 세게 조일 필요 없어. 대충 나사가 뻑뻑해지는 게 느껴지면 그만 조여.’
대충 조여도 될까? 아무래도 꽉 조여야 안 미끄러질 것 같은데… 이런 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연륜이 배어 있는 지시는 거스르기 힘든 포스가 있다.
‘조였으면 살짝 위아래로 밀어봐.’
생각보다 단단히 고정되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에는 논리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백사장의 모래알보다 많지만, 역시 실패하지 않는 것은 수많은 경험에서 우러난 행동양식 한 줄이라는 걸 나는 안다.
어느 인터뷰 진행자가 그래픽 디자이너 폴랜드에게 로고를 잘 만드는 노하우에 대해 묻자 ‘아주 작을 때에도 잘 보이도록 디자인해야 돼.’라고 대답했었다. 그리고, 나는 그 한 줄이 로고 디자인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서는, 자전거를 내리고 새로 산 체인 락을 거치대에 밀어 넣었다. 체인 락은 경쾌하게 ‘딸깍’ 소리를 내며 거치대의 스냅 인 포트에 단단히 고정되었다.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전거에 올라 집으로 달렸다. 확실히 뒤에서 덜컹거리는 느낌도 없었다.
‘이 정도면 망치를 걸어도 되겠어.’
망치를 가지고 다닐 일이 없는 게 아쉬웠다. 뒤에 달고 다닐만한 다른 게 뭐가 있나 생각하며 페달을 밟았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쨌든 체인 락 만큼은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나는 집에 도착한 후 자전거에서 내려 체인 락이 잘 고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뭐야, 흘러내려있잖아?’
아예 거치대가 시트포스트 클램프까지 내려와 있어서 흔들리지 않았던 거였다. 나는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다.
‘이게 흘러내리는데요?’
….
‘꽉 조였어야지.’
….
왜 이러시는 겁니까? 어르신.